[월드피플+] 택배기사로 일하는 왼팔과 오른 다리 없는 청년의 사연

왼쪽 팔과 오른쪽 다리가 없는 탓에 의족에 기대 택배 업무를 담당하는 20대 청년이 화제다. 중국 산둥성 지난시(济南)에서 택배 기사로 일하는 둥훙시 군(28). 둥 군은 대학 졸업 후 곧장 고향을 떠나 대도시인 지난시에서 거주하며 택배 기사로 근무해오고 있다.

하지만 둥 군은 그가 9세 때 겪은 전기 감전 사고로 인해 왼쪽 팔과 오른쪽 다리 일부를 잃은 상태다. 현재 그는 오른쪽 발목부터 종아리까지 이어지는 단단한 의족을 단 채 일평균 30여 건의 택배 업무를 소화해내고 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둥 군은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직후 다수의 기업체에 이력서를 제출했으나 그가 가진 장애 탓에 선뜻 채용하겠다는 회사를 찾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졸업 당시 수 백 만원에 달하는 학자금 대출과 치료비 명목으로 지출했던 대출금 등이 남아 있는 탓에 둥 군을 취업을 서두를 수밖에 없던 형편이었다.

그는 “열심히 공부한 끝에 4년제 대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고, 대학 시절에도 다양한 아르바이트와 막노동, 농촌 봉사 활동, 동아리 활동 등을 해왔다”면서 “나 스스로는 내가 가진 장애 때문에 하지 못할 일은 없다고 여기며 살아왔는데 막상 취업 시장에 나오니, 각 기업체에서는 나의 장점보다 불편한 신체를 더 크게 문제 삼는 것 같았다”고 했다.

둥 군은 이후 자신의 장애가 문제가 되지 않는 인터넷 상에서 활동하는 각종 상품 판매직군에서 수 개월을 근무했다. 하지만 실내가 아닌 실외 현장에서 근무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고, 그는 곧장 택배 기사로 취업하는데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둥 군은 “현재 내가 재직 중인 택배 회사에서는 내가 가진 장애를 문제 삼지 않았다”면서 “오히려 회사 면접관은 내게 ‘평범한 사람들이 하는 것이라면 둥 군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준 것에 큰 힘을 얻었다”고 회상했다. 이후 취업에 성공한 둥 군은 지난해 9월부터 지난시에서 택배 기사로 근무해오고 있다.

그는 매일 오전 9시에 기상, 10시 이후 본격적인 택배 배달 업무를 시작해오고 있다. 이후 오후 3시부터 5시에 이르러서야 늦은 점심 식사를 해오고 있다.

그는 “평소 전동차를 타고 이동하는 탓에 업무를 완성하는데 큰 불편은 없다”면서도 “일부 엘리베이터가 고장 난 아파트에서 계단을 이용해 20층 사무실에 배달해야 하는 경우에는 무릎이 시큰거리는 등 힘겨운 점은 분명히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런 날은 퇴근 후 집에 돌아가는 길에 마트에서 홍화씨유 한 병을 구매한다”면서 “아픈 다리 무릎에 기름을 바르고 마사지를 하고 잠들면 그 다음 날에는 무리 없이 일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둥 군은 농촌에 거주 중인 그의 부모에게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업무가 ‘택배’라는 것을 알리지 못했다.

그는 “매일 밤 부모님과 통화, 안부를 묻는 것이 유일한 낙”이라면서도 “하지만 우리 부모님께서는 아직까지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 자세히 알지 못한다. 부모님은 내가 전기 용품 판매직에 종사하고 있는 줄로만 아신다”고 했다.
이어 “만약 내가 배달업에 종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실 경우 부모님은 평소보다 더 많이 내 건강 걱정을 하실 것”이라며 “어렸을 때부터 병원 치료비 등으로 고생하셨던 부모님 마음을 더 이상 아프게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둥 군은 오는 ‘춘지에(春节, 중국식 설날)’ 연휴 기간 동안에도 지난 시를 떠나지 않을 계획이다.

그는 “춘지에 연휴 기간 동안 고향에 돌아가지 않고 일하는 택배원에게 회사 측에서는 일평균 20개 배달 완료 시 약 300위안(약 5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한다”면서 “이 돈은 아직까지 학자금 대출금이 남은 내게 적지 않은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춘지에 명절에는 부모님께 2000위안(약 33만원)을 보내드렸다”면서 “우리 아버지는 평소 차 마시는 것을 좋아하신다는 점에서 올해는 아버지께 성능 좋은 다기 세트를 보내드리고 싶다. 또 어머니께는 예쁜 팔찌를 선물할 예정이다”고 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둥 군의 월평균 수입은 5000~6000위안(약 83~100만원)이다. 그는 “내게는 왼 팔과 오른 다리 일부가 없지만, 비장애인들이 살아가는 것처럼 의족을 두른 다리로 내 인생을 올 곧게 지탱해 살아가고 싶다”고 했다.

임지연 베이징(중국) 통신원 cci200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