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천년의 구들, 신라의 온기를 전하다 - 하동 칠불사
업데이트 2019 05 16 10:08
입력 2019 05 16 10:08
‘금관가야에서 오시어 아자방을 축조하셨네 (來自金官築亞房) ’
봄 향기 가득 머금은 지리산이다. 동쪽 주능선 산행코스인 명선봉, 형제봉, 덕평봉을 허위허위 지나다 보면 어느 순간 얌전한 토끼봉(1,534m)에 닿는다. 바로 이 토끼봉 자락을 잡고 아래로 내려오다 보면 반야봉 남쪽 해발 약 800m 지점에 천년 고찰이 등장한다. 불현듯이. 허투루 볼 절집이 아니다. 천년 세월의 온기(溫氣)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구들방이 있는 절이다. 천년 온돌, 아자방(亞字房) 이야기가 전해지는 지리산 칠불사(七佛寺)다.
칠불사의 창건 스토리부터 예사롭지 않다. 삼국 시대 초기 김해 지방에 존재하였던 가야(伽倻) 일명 가락국(駕洛國)의 태조이자 김해 김씨의 시조인 김수로왕(金首露王)의 일곱 왕자가 이곳에서 수도 정진하여 모두 성불하였다고 하여 일곱 ‘칠(七)’, 부처 ‘불(佛)’을 써서 이름 지은 절이 칠불사다.
# 인도에서 전해진 불교 남방전래설, 빨치산 남부군 총사령관 이현상이 최후를 맞이한 빗점골
칠불사에서는 바로 이곳을 한겨울 스님들이 참선 수행하는 선방으로 사용한다. 아자방(亞字房)에서 참선공부를 할 때는 장좌불와(長坐不臥, 늘 앉아만 있고 눕지 않는 것), 일종식(一種食, 하루 한 끼만 먹는 것), 묵언(言, 말하지 않는 것)의 세 가지 규칙을 지켜야 한다. 현재 이곳은 국가문화재 승격을 위한 중수 공사를 하고 있다.
<지리산 칠불사에 대한 여행 10문답>
1. 꼭 가봐야 할 정도로 중요한 여행지야?
- 만약 김해 김씨나 김해 허씨라면, 지리산 토끼봉을 지나는 일이 있다면
2. 누구와 함께?
- 가족 단위 나들이 장소.
3. 가는 방법은?
- 경상남도 하동군 화개면 범왕길 528
- 하동터미널 → 화개터미널 첫차 7:55 막차 20:30 수시 운행.
4. 감탄하는 점은?
- 칠불사까지 가는 지리산의 풍광들, 눈 앞에 펼쳐지는 드넓은 산자락 풍경
5. 명성과 내실 관계는?
- 지리산 깊은 곳에 있다 보니 방문객들은 그리 많지 않은 편.
6. 꼭 봐야 할 장소는?
- 아자방(亞字房), 대웅전, 영지 연못
7. 토박이들이 추천하는 먹거리는?
- 칠불사 올라오기 전에 화개장터에서 가벼이. 산이 깊다보니 사찰 주변에는 상업시설이 없다.
8. 홈페이지 주소는?
- http://www.chilbul.or.kr/
9. 주변에 더 볼거리는?
- 청학동, 최참판댁, 화계장터, 섬진강, 삼성궁
10. 총평 및 당부사항
- 칠불사는 1948년 '여수, 순천 10.19사건' 당시 여순 병력과 군경 토벌대가 최후 충돌한 곳으로 국군의 소개(疏開)처리로 인하여 전소되었다. 빨치산 남부군 총사령관 이현상이 최후를 맞이한 곳이 바로 칠불사 위쪽 빗점골이다. 한국 현대사의 깊은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은 곳.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