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가 너무 싫어요…복날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 [한ZOOM]
업데이트 2024 07 15 08:00
입력 2024 07 15 08:00
우리가 알고 있는 미신 중에 ‘비가 오는 날 이사하면 잘산다’라는 말이 있는데, 비록 미신이지만 이 말에는 비가 오는 우중충한 날씨에 이사하는 사람에게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따뜻함이 담겨 있다.
또한 미신은 그 미신이 만들어진 시간을 살아간 사람들의 생활양식이나 문화 그리고 생각이 담겨 있는 것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복날에 목욕을 하면 몸을 여윈다’라는 말도 있다. 비가 오는 날 이사하면 잘산다는 말처럼 이 말에도 어떤 의미가 담겨 있을 것이다. 그 의미를 찾아가기 위해 복날이 어떤 것인지 알아보기로 했다.
그리고 말복은 입추(立秋)로부터 첫 번째 경일(庚日)이 되는 날이다. 경일(庚日)은 보통 10일 정도이므로 하지로부터 초복은 20일 후, 중복은 30일이 되는 날이다. 그리고 말복은 입추로부터 10일이 되는 날이다.
그럼 언제부터 사람들이 복날에 의미를 두게 된 것일까. 조선시대 헌종 때 학자 홍석모(洪錫謨)는 그의 저서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를 통해 중국 진한시대(秦韓)부터 삼복을 지내는 풍습이 시작되었다고 설명한다.
“사마천이 쓴 사기(史記)에 이르기를 기원전 676년에 진나라(秦)의 왕 진덕공이 개를 잡아 충재(蟲災, 해충에 의한 재해) 방지를 기원하는 제사를 지냈다.”
1990년대 후반 프랑스 여배우 브리짓 바르도(Brigitte Bardot)가 우리나라 개고기 문화를 독설에 가까운 표현으로 공격했고, 일부 전문가들이 프랑스에도 20세기 초까지 개고기를 먹는 문화가 있었음을 모르는 브리짓 바르도의 무식을 비난했던 해프닝도 있었다.
오늘날에는 반려견을 기르는 가구가 급증하고, 개고기가 아니더라도 더운 여름철 기력보충을 위한 음식이 다양해지면서 개고기에 대한 선호는 급락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개고기 식용을 금지하기 위한 법안을 만들었고, 올해 1월 국회의 문턱을 넘으면서 개고기 애호가들과 식당 운영자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조선시대에는 복날이 되면 임금이 신하들에게 빙표(氷票)를 나누어 주었고, 빙표를 받은 신하들은 석빙고(石氷庫)에서 빙표와 얼음을 교환했다고 한다. 과학기술이 발달한 오늘날 얼음은 흔한 것이지만 당시 얼음은 왕가와 조정대신들만 먹을 수 있는 귀한 음식이었다.
하지만 북부지역에서는 복날의 비가 내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복날에 비가 내리면 대추농사가 흉년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복날에 비가 오면 대추 팔아 결혼자금을 모으려는 처녀가 부엌문을 붙잡고 운다’라는 말이 있다.
특히 대추농가가 많은 충북 청산(현재 옥천군 청산면)과 보은지역에는 ‘복날에 비가 오면 청산(靑山), 보은(報恩)에 큰 애기가 운다’라는 말이 전해지고 있다.
이야기를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보면, 복날에 목욕하면 안 된다는 미신은 우리 조상들의 배려가 담긴 것이었다. 복날이 한 여름 가장 더운 날이기 때문에 이때는 기력이 소진되고 몸이 약해진 때인데, 더위를 피하기 위해 갑자기 강이나 계곡에서 목욕을 하게 되면 냉기가 몸 속으로 들어와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오늘날에는 미지근한 물로 하는 목욕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복날에 목욕을 하지 말라는 것은 과학적 근거가 없는 미신에 해당한다. 하지만 비가 오는 날 이사하면 잘산다는 말처럼 주변 사람들의 건강을 걱정하는 우리 조상들의 배려가 담겨 있는 또 하나의 따뜻한 미신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