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피플+] 美 최초 트랜스젠더 복서, 프로 데뷔전 승리하다
업데이트 2018 12 10 13:11
입력 2018 12 10 13:10
로스앤젤레스(LA)타임스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슈퍼페더급 트랜스젠더 남성 복서 패트리시오 마누엘(34)이 지난 8일 LA 인근 인디오의 한 리조트카지노 특설경기장에서 진행된 데뷔전에서 상대선수 휴고 아길라에게 판정승을 거뒀다.
이후 그는 어깨 재활 치료를 받는 동안 인생의 큰 결정을 내렸다. 그건 바로 성전환 수술이다. 어릴 때부터 남자 옷을 입거나 남자아이가 갖고 노는 장난감을 좋아했다는 그는 줄곧 자신이 남자였으면 하는 상상을 해왔다. 다행히 어머니와 할머니 등 가족 역시 그가 행복할 수만 있다면 원하는 대로 하라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기에 큰 결단을 내릴 수 있었던 것이다.
이에 따라 그는 이듬해 9월부터 본격적인 호르몬 치료를 받기 시작했고, 선발전을 치른지 26개월 만에 솔트레이크 시티로 가서 성전환 수술을 받은 것이다. 6000달러에 달하는 수술 비용은 그의 할머니가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그는 꿈에 그리던 남자가 됐지만 자신의 커리어가 끝날 위기에 처하고 만다. 다니던 체육관에서 쫓겨났고 심지어 오랜 기간 동고동락한 트레이너와도 관계가 끝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혼자 훈련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캘리포니아 복싱협회가 그에게 남성 선수 자격을 주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가 리우 올림픽이 열리기 전 남녀 트랜스젠더 선수들 역시 제한 없이 경쟁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정책으로 바꾼 뒤에야 마침내 그는 자격을 얻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는 그 후로도 트레이너는 물론 스파링 상대조차 찾기 어려웠다.
결국 그는 미디어 서커스(언론의 흥미 위주 보도)가 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경기를 치를 수 있었다. 하지만 경기 전 마누엘이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을 안 대부분의 상대 선수가 경기를 취소했다. 이 때문에 그가 데뷔전까지 치를 수 있었던 경기는 고작 2차례가 전부다.
아길라 역시 경기 전 마누엘의 성전환 사실을 알게 됐지만, 그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고 경기 이틀 전 진행된 인터뷰에서 밝혔다. 멕시코 출신으로 미국에서 처음 데뷔전을 치른 아길라는 마누엘에 대해 “매우 존경스럽게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봐주는 것은 없다”면서 “그가 이기고 싶어하듯 나 역시 이기고 싶다”고 말했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