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피플+] 백발 성성한 한국전쟁 참전용사 66년 만에 사각모 쓰다
업데이트 2019 05 28 15:11
입력 2019 05 28 15:11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테네시주 발런티어고등학교 졸업식에 백발이 성성한 노인 한 명이 사각모를 쓰고 나타났다. CNN 등 미국 매체는 한국전쟁 참전용사가 66년 만에 고등학교 졸업식에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애초 같은 테네시주 사이언스힐고등학교에 다니던 빌 윌리엄 아놀드 크래독(85)은 그가 16살이던 1953년 공군에 입대해 한국전쟁에 참전했다. 공군에서 8년 가까이 복무하며 검정고시로 졸업장을 땄지만 졸업식을 치르지 못한 것은 내내 한이 됐다. 제대로 학교에 다녔다면 1953년쯤 친구들과 함께 졸업가운을 입었겠지만 그는 66년이 지나서야 손자뻘의 학생들과 나란히 앉아 졸업했다.
3년간 유럽에서 복무한 그는 전쟁이 끝난 뒤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끝내 사각모는 쓰지 못했다. 페리콘은 “학교에서 졸업장은 보내줬지만 졸업식은 치르지 못해 아쉬웠다”고 밝혔다. 그의 손자 토머스 팔레르모 판사는 구십이 넘은 조부의 한을 풀어주고자 학교 측과 협의해 이번 졸업식에 할아버지를 참석시켰다. 오렌지색 졸업가운과 사각모를 쓴 페리콘은 이날 졸업식에서 교사와 학생들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단상에 올랐다. 그가 76년 만에 정식 졸업식에서 졸업장을 수여받는 순간 객석에서는 엄청난 환호성이 나왔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