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우주] 생명체 있을까?…해왕성의 미스터리 얼음 위성 트리톤의 비밀
박종익 기자
업데이트 2020 06 30 10:13
입력 2020 06 30 10:13
미 항공우주국(NASA)의 보이저 2호는 1989년 해왕성의 가장 큰 위성인 트리톤의 사진을 찍어 지구로 전송했다. 과학자들은 트리톤의 실제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다. 달보다 작은 얼음 위성에 선명하게 구분되는 복잡한 지형이 있을 뿐 아니라 대기까지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크레이터는 매우 적었는데, 이는 지름 2700㎞ 정도의 얼음 위성 표면이 최근에 형성되었다는 의미다.
트리톤의 복잡한 지형을 면밀히 검토한 과학자들은 영하 235도의 트리톤 얼음 지각 아래에 액체 상태의 물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사실 트리톤는 명왕성만큼 태양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표면 온도는 영하 235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유로파나 엔셀라두스처럼 내부 온도는 표면보다 높아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표면에서 얼음 화산과 간헐천 등 다양한 지질활동이 발생한다. 예상치 못한 복잡한 지형은 이렇게 해석하면 쉽게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보이저 2호는 해왕성을 지나가면서 4만㎞ 떨어진 지점에서 트리톤 표면의 40%만을 관측했을 뿐이다. 더구나 보이저 2호의 오래된 관측 장비를 이용한 만큼 지금 기준으로 보면 데이터가 미흡한 부분이 많다. 따라서 NASA는 차세대 태양계 탐사 프로젝트 후보로 트리톤을 탐사할 트라이던트(Trident) 탐사선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얼음 지각 아래에 있는 바다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표면 지형도만으로는 부족하다. 트라이던트는 트리톤의 자기장을 상세히 관측해 내부에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하는지, 존재한다면 분포와 양은 어떻게 되는지를 밝힐 수 있다. 트리톤의 대기 역시 트라이던트가 관측해야 할 주요 목표다. 트리톤의 대기는 매우 희박하지만, 생각보다 강력한 이온층이 존재하며 생각보다 크기도 크다. 보이저 2호는 심지어 구름을 관측하기까지 했다. 달보다 작은 얼음 위성이 예상외로 크고 복잡한 대기를 지닌 이유 역시 과학자들의 궁금해하는 미스터리 중 하나다.
트리톤은 태양계 대형 위성 중 유일하게 행성의 자전 방향과 반대로 공전하는 역행성 위성이다. 따라서 본래 해왕성의 위성이었던 것이 아니라 해왕성 인근 궤도를 공전하던 소행성이 우연히 중력에 의해 포획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름처럼 해왕성의 자식이 아니라 사실은 명왕성의 형제인 셈이다. 트리톤 내부의 바다와 출생의 비밀을 포함해 트라이던트가 풀어야 할 비밀은 너무나 많다. 비록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언젠가 그 비밀은 하나씩 풀리게 될 것이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