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 년 전 하늘을 날았던, 새도 익룡도 아닌 이 생물의 정체는? [핵잼 사이언스]

쿠에흐네오사우루스의 복원도. Credit: Mike Cawthorne
3억 년 전 석탄기에는 본격적으로 하늘을 날아다닌 동물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석탄기에 등장한 거대 잠자리인 메가네우라는 날개 너비만 70cm가 넘는 하늘의 지배자였다. 그러나 곤충이 하늘을 지배한 시기는 길지 않았다. 중생대에 이르러 익룡처럼 더 거대한 몸집을 지닌 척추동물이 비행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지구 역사상 최초로 중생대에는 여러 척추동물이 비행을 시도했다. 익룡이 가장 잘 알려진 경우이지만, 일부 수각류 공룡과 여기서 진화한 새의 조상도 쥐라기 말부터 비행을 시도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렇게 잘 알려진 사례 말고도 여러 생물들이 비행을 시도한 흔적이 남아 있다.

브리스톨 대학의 연구팀은 서모셋의 멘딥 힐스의 2억 년 전 지층에서 현재의 날도마뱀과 유사한 파충류인 쿠에흐네오사우루스 (Kuehneosaurs)를 발견했다.

쿠에흐네오사우루스는 손바닥에 올려 놓을 수 있을 정도로 작은 파충류로 날카로운 이빨을 이용해 곤충을 잡아먹었던 것으로 보인다. 과학자들은 매우 잘 보존된 화석 표본을 통해 쿠에흐네오사우루스가 현재의 날도마뱀처럼 앞다리와 뒷다리 사이 큰 비행막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사실 복원도만 보면 쿠에흐네오사우루스와 현생 날도마뱀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을 정도다.

그러나 비슷한 외형은 같은 환경에서 비슷한 모습이 되는 수렴 진화에 의한 것으로 두 생물은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다. 쿠에흐네오사우루스는 사실 파충류의 큰 그룹인 지배 파충류의 원시적 그룹으로 오히려 악어나 공룡과 더 가까운 관계다.
쿠에흐네오사우루스의 화석 표본. David Whiteside
쿠에흐네오사우루스는 날아다니는 곤충이 풍부한 2억 년 전 숲에서 현재의 날도마뱀처럼 나무와 나무를 날아다녔다. 적어도 10m 이상 거리를 글라이더처럼 비행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덕분에 곤충을 잡아먹기도 편리하고 천적을 피하기에도 유리했다.

아마 익룡과 새의 조상도 비슷한 상황에서 비행 능력이 진화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완전한 동력 비행 능력을 획득한 익룡이나 새와 달리 쿠에흐네오사우루스는 그 단계까지 진화하지 못하고 후손 없이 멸종했다.

하지만 쿠에흐네오사우루스의 사례는 활강 비행만 가능해도 생존에 큰 이점이 있으며 이로 인해 비행 능력이 여러 차례 독립적으로 진화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신생대에도 아마 박쥐가 이런 과정을 거쳐 완전한 비행 능력을 획득했을 것이고, 날도마뱀과 날다람쥐가 전혀 다른 그룹임에도 비슷한 진화 과정을 거쳐 글라이더처럼 나무 사이를 날아다니고 있다. 다른 시대, 다른 생물이라도 같은 환경에서는 언제나 비슷한 해결책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