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가는 버스에 탕탕탕”…무법천지 된 메시의 고향 로사리오 [여기는 남미]

사진=주행 중 총격을 받은 버스
월드스타 리오넬 메시의 고향으로 세계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아르헨티나의 대도시 로사리오가 치안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로사리오의 시버스업계가 26일(이하 현지시간)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버스기사노조는 전날 밤 11시 긴급회의를 열고 무기한 파업을 결의했다. 노조는 “생명을 담보로 운전대를 잡을 수는 없다”면서 당국에 치안대책을 촉구했다.

현지 언론은 “시버스기사들이 파업을 결의하자 택시기사들까지 동맹파업을 결정했다”면서 교통이 마비돼 시민 불편이 커지게 됐다고 보도했다. 교사노조도 26일부터 48시간 파업에 돌입했다. 지난 11~12일 파업에 이어 보름 만에 두 번째 파업이다. 교사노조는 “도시에서의 테러가 일상이 됐고, 이런 상황에선 정상적으로 수업을 할 수 없다”면서 파업을 결의했다.

전날 로사리오에서는 버스를 노린 테러가 연달아 발생했다. 최소한 버스 4대가 공격을 받았다. 로사리오-부에노스아이레스 고속도로를 달리던 광역버스가 총격을 받은 사건은 특히 대대적으로 언론에 보도됐다.

운행을 시작하기 위해 노선 출발지로 향하던 버스는 자동차를 타고 출현한 괴한들로부터 총격을 받았다. 아직 승객이 타고 있지 않아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기사는 공포에 떨었다. 기사는 “로사리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 믿어지지 않는다면 총을 맞은 버스를 보라”면서 “로사리오는 치안불안으로 완전히 마비된 도시가 됐다”고 말했다.

공격을 받진 않았지만 버스를 공격하겠다는 협박메시지를 받은 버스도 여럿이었다. 누군가 버스에 탑승해 손으로 쓴 협박메시지를 좌석에 놓고 내린 것이다. 기사노조는 “대중교통을 노린 테러가 이미 여러 건 발생해 장난으로 볼 수 없는 일”이라고 우려했다.

로사리오는 마약 장사를 하는 복수의 갱단이 활개하면서 무법천지로 변하고 있다. 지난해 로사리오의 인구 10만 명당 살인사건은 22건으로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많았다. 로사리오에서 최근 발생한 살인사건의 피해자는 마약 갱단의 조직원이 아니라 버스기사, 택시기사, 주유소 직원 등 평범한 일반 주민이었다.

로사리오의 치안불안이 증폭되자 아르헨티나 중앙정부는 긴급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한편 연방 치안병력을 급파해 거리 경비를 강화했지만 아직 가시적인 효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