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코스트 생존자가 코로나19 역시 거뜬히 이겨냈다. 25일(현지시간) 데일리메일은 나치 독일의 끔찍한 유대인 대학살에서 살아남은 90대 노인이 코로나19도 극복했다고 전했다.
아우슈비츠 생존자인 릴리 에버트(97) 할머니는 이달 초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지난해 12월 17일 백신 1회차분을 맞았지만 바이러스를 비껴가지 못했다. 고령인 할머니를 혼자 병원에 보냈다가 영영 못 보게 될까 두려웠던 가족은 런던 할머니 자택에서 격리치료를 하기로 했다. 지역 보건인이 정기적으로 방문해 할머니 상태를 점검했고, 산소공급장치를 사용할 줄 아는 친척이 돌아가며 할머니를 돌보았다.
그리고 지난주, 할머니는 기적적으로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증손자 도브 포먼(17)은 “할머니가 한 달 만에 산책에 나섰다. 어두운 터널을 지나 100% 기력을 회복했다”면서 “할머니는 진정한 싸움꾼”이라고 기뻐했다.
이렇게 금방 코로나19를 극복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할머니는 “긍정적 태도”를 꼽았다. 25일 영국 유명 아침 프로그램인 ITV ‘굿모닝 브리튼’에 출연한 할머니는 “인생 고비마다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하려 노력했다. 삶은 선택이다. 살기로 선택하고 인생을 끌고 가느냐, 아니면 포기하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자신은 살기를 선택했고, 그래서 포기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포기하지 말자, 계속 싸우자 이렇게 나 자신과 약속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코로나19는 끔찍하다. 팬데믹이 언제 종식될지 모르나, 우리는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는 안다. 절대 포기하지 말라. 살아남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타인의 안녕을 위해 거리두기를 지켜라. 팬데믹은 언젠간 지나갈 것”이라고 당부했다.
나치 독일의 압제에서 살아남아 이제는 코로나19까지 이겨낸 할머니의 사연은 변이 바이러스로 애를 먹는 영국인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사디크 칸 런던시장은 “할머니의 회복은 엄청난 영감을 불어넣는다”면서 “할머니가 계속 건강하시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할머니는 지난해 7월 홀로코스트 생존자로 처음 언론 주목을 받았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어머니와 형제자매를 잃고, 독일 바이마르 옛 부헨발트 수용소로 이송된 할머니는 그해 4월 연합군에 의해 해방됐다. 당시 21세였던 할머니는 한 미군에게 행운을 비는 글이 담긴 독일 지폐를 받았다. 지폐에는 ‘새로운 삶의 시작, 행운과 행복을 빈다’라고 적혀있었다.
할머니는 “강제수용소에서 해방된 후 우리는 식량도 물도 없이 큰 고통을 겪었다”면서 “그때 미군들을 만났고 그중 한 명이 이런 지폐를 나에게 건넸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우리에게 친절을 베풀어 준 첫 번째 사람이었다”고 회상했다.
오랜 시간 할머니의 마음속에 소중하게 간직된 지폐에 얽힌 사연은 증손자인 포먼에게 전해졌고 그는 곧 이 사실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며 그때 그 군인 찾기에 나섰다. 그리고 놀랍게도 사람들의 ‘좋아요’를 타고 지폐를 건넨 은인이 밝혀졌다. 할머니에게 행운의 지폐를 건넨 미군은 과거 뉴욕에 살았던 하이먼 슐만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슐만을 찾았을 때 그는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고, 결국 두 사람의 인연은 이어지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