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군의 비정한 공격에 무너졌던 도시, 크로아티아 자다르 [한ZOOM]

십자군 원정은 중세 기독교의 탈선으로 평가받고 있다. 제4차 십자군 원정 준비에 모든 국력을 쏟아붓고 있었던 베네치아공화국은 진행상황이 지지부진해지자 같은 기독교 국가인 자다르(Zadar)를 공격하는 만행을 저지른다.
중세시대 베네치아공화국(이하 베네치아)는 강력한 경제력과 해군력을 바탕으로 지중해 무역을 독점한 도시국가로 자리를 잡았다. 베네치아는 다른 나라들과 달리 정치적, 종교적 명분보다는 경제적 실리주의를 취했다. 그래서 1~3차 십자군 전쟁에서 다른 십자군 참여국가들처럼 이슬람 국가를 몰아내고 기독교 국가를 회복하겠다는 목적보다는 이 전쟁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얻는 것에 몰두했다.

실제로 1202년 베네치아는 십자군을 이집트로 수송하는 준비를 하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이집트 군주와 통상조약을 맺는 ‘양다리 외교전술’을 전개했다.

베네치아의 이와 같은 실리주의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다른 국가들과 달리 작은 도시국가의 규모를 가지고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경쟁 도시 국가들이 부상하고 있었는데, 특히 1~3차 십자군 전쟁을 통해 경쟁국가들의 부상이 가속화되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파트너인 동로마와의 갈등까지 계속되면서 지중해 무역의 패권을 위협받고 있었다.
십자군의 자다르에 대한 비정한 공격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재산을 빼앗겼다. 그런데 전리품은 십자군이 아닌 자다르 공격을 계획한 베네치아 사람들과 영주들에게만 돌아갔다. 자료 : 구글 지도.
비정한 침략, 제4차 십자군 원정1202년 6월 이집트로 향하는 제4차 십자군 원정의 출발일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러나 이미 정치, 종교적 명분을 상실한 십자군 원정에 참여하는 영주와 기사들이 줄어들고 있었다. 그래서 제4차 십자군 원정의 지원병력은 예상 수준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당시 베네치아는 제4차 십자군 원정에 국운을 걸고 있었다. 수송선, 선원, 식량을 조달하기 위해 모든 국력을 총동원하고 있었는데, 이를 위해서는 상업활동까지 중단해야만 했다. 정리하면 이번 십자군 원정이 시작되지 않으면 엄청난 국가적 손해가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십자군의 집결이 예상보다 저조해지자 베네치아는 출항도 하지 못한 채 국가파산으로 이어질 위기에 놓이게 되었다. 궁지에 몰린 베네치아 지도부는 이 상황을 타개할 묘안을 만들어 있다.

그것은 바로 다른 기독교 국가들을 약탈해서 십자군 원정을 위한 자금을 만든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해서라도 놀고 있는 십자군을 활용하는 동시에 베네치아의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던 다른 도시국가들을 제거하고자 했다. 그리고 마침내 도시국가 자다르에 대한 십자군 병력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자다르는 아드리아해를 바라보는 석양이 아름다운 곳으로 유명하다. 알프레드 히치콕 영화감독은 자다르를 ‘세계에서 가장 석양이 아름다운 도시’로 평가한 바 있다.
십자군의 자다르 공격1202년 십자군이 1개월의 항해 끝에 자다르에 도착했다. 자다르는 아드리아해를 끼고 있는 해안도시로서, 현재 크로아티아에 속해 있다.

십자군은 약 보름 동안의 공격으로 자다르를 함락시켰다. 승리에 취한 십자군은 자다르를 약탈하기 시작했고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재산을 빼앗겼다. 그러나 전리품은 십자군 병력이 아닌 베네치아 사람들과 영주들에게만 돌아갔다.

십자군이 같은 기독교 국가인 자다르를 공격해서 함락시켰다는 소식을 들은 교황 인노첸시오 3세(Innocentius Ⅲ·1160~1216)는 격분했다. 그리고 자다르를 공격한 십자군과 베네치아를 파문한다는 서신을 보냈다. 하지만 교황의 서신은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 십자군 지도부는 교황의 서신을 숨겼고, 이미 돈 맛에 취한 성직자들은 자기 멋대로 십자군을 죄를 사면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중세의 절대권력의 정점에 있었던 교황의 권위는 돈 앞에서 무너지고 있었다.
자다르 ‘바다오르간’. 사진 : ZADAR4FUN.
중세 역사가 살아 있는 크로아티아 도시 자다르자다르는 로마시대 유적과 중세도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으며, 구도심은 201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자다르는 맑은 아드리아해를 끼고 있는 해안도시 답게 짙은 석양이 인상적인 곳이다. 영국 출신 영화감독 ‘알프레드 히치콕’(Alfred Hitchcock·1899~1980)은 자다르를 ‘세계에서 가장 석양이 아름다운 도시’라고 평가한 바 있다.

자다르에서 놓칠 수 없는 장소로는 ‘바다오르간’, ‘태양의 인사’, 그리고 ‘성 도나트 성당’이 있다.

먼저 ‘바다오르간’(Sea Organ)은 2005년 크로아티아의 설치예술가 ‘니콜라 바시츠’(Nokola Basic)가 만든 세계 최초의 바다악기이다. 자다르 바닷가에 있는 돌계단 아래에 35개의 파이프를 심어 파도와 바닷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그 세기와 속도에 따라 파이프가 서로 다른 소리를 만들어낸다. 석양이 내려앉은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아드리아해의 파도와 바닷바람이 만드는 음악소리를 들을 수 있다.
자다르 ‘태양의 인사’. 사진 : ZADAR4FUN.
다음 ‘태양의 인사’(The Greeting to the Sun) 역시 바다오르간을 만든 니콜라 바시츠의 작품이다. 바다오르간 옆 넓은 공간 바닥에 지름 22m의 원형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는데, 내부는 태양전지와 LED(Light Emitting Diode, 발광다이오드)로 구성되어 있다.

해가 비추는 낮 시간 동안 태양열을 흡수한 후, 해가 지기 시작하면 다양한 형태의 빛을 내기 시작한다. 어둠이 내리면 태양의 인사 위에서 많은 사람들이 바다바람 소리에 맞추어 춤을 추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자다르 ‘성 도나트 성당’. 사진 : ZADAR4FUN.
마지막으로 ‘성 도나트 성당’(Church of St. Donat)이 있다. 둥근 원통모형을 하고 있는 이 성당은 내부 울림소리가 아름다운 것으로도 유명하기 때문에, 다양한 음악축제 장소로 사용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