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우주] 시공간을 뒤트는 블랙홀 ‘기괴한 움직임’ 영상으로 보다
입력 2019 10 01 09:41
수정 2019 10 01 09:41
그러나 이런 블랙홀은 지구로부터 너무나 멀리 떨어진 심우주에 존재하기 때문에 블랙홀의 사건 지평선을 단일 망원경으로는 이미지를 잡아낼 수가 없다. 전 지구적인 전파 망원경 집단을 결합해 구축한 사건지평선 망원경(Event Horizon Telescope)이 등장한 후에야 우리는 블랙홀의 이미지를 볼 수 있었는데, 2017년 이래 공동작업으로 과학팀에 의해 M87 은하의 초거대 블랙홀 이미지를 생성하는 데 성공한 것은 올해 초의 일이었다.
이번 NASA에서 제작한 블랙홀 시각화 동영상은 기존의 블랙홀 이미지보다 더 자세한 블랙홀 물리학을 보여주는데, NASA의 설명에 따르면, 이 애니메이션은 카니발 거울처럼 블랙홀이 어떻게 주변부를 뒤틀어버리는가를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가스와 같은 천체의 잔해들이 블랙홀 쪽으로 떨어지면 이런 물질은 강착원반(accretion disk)이라고 하는 얇은 회전원반을 형성하게 된다. 이 원반을 둘러싼 뒤틀린 자기장이 가스 덩어리를 매듭처럼 꼬이게 하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다. 이 매듭들은 빛과 어둠의 통로를 따라 블랙홀에 더욱 가까운 궤도로 급속이 빨려들어가기 때문이다.
도플러 효과로 불리는 이 같은 현상은 소방차의 사이렌 소리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소방차가 당신을 향해 달려올 때 사이렌 소리가 급격히 높아지고, 당신을 지나쳐 멀어질 때는 소리가 급격히 낮아지는 것이 바로 도플러 효과이다. 소리나 빛이 다 파동이므로 관측자와의 거리에 따라 그 파장이 압축되거나 늘어나기 때문이다.
블랙홀 물리학의 다른 측면은 상상하기가 더 어렵다. 예컨대, 애니메이션은 빛이 블랙홀에 매우 가까워지면 어떻게 되는지를 보여준다. 빛은 광자라고 불리는 입자이다. 빛이 블랙홀을 두세 번 이상 돌면 광자 고리를 형성하게 되는데, NASA의 설명에 따르면, 광자들이 약간 다른 궤도로 블랙홀 주위를 여러 번 돌면서 왜곡되고, 이것이 우리의 망원경이나 눈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에서 맞춤형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여 이미지를 생성한 제레미 슈니트만은 “이 같은 시뮬레이션은 중력이 시공간의 구조를 왜곡시킨다는 아인슈타인의 말이 뜻하는 내용을 시각화하는 데 실제로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이광식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