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우주] ‘떠돌이 블랙홀’ 우리은하 주위에서도 어슬렁거린다
윤태희 기자
입력 2021 08 29 13:44
수정 2021 08 29 13:44
이처럼 떠돌아다니는 거대질량 블랙홀 즉 ‘떠돌이 블랙홀’(Rogue black hole)은 우리은하에서 가까운 곳에 존재하는 거대질량 블랙홀 중에서 무려 10%를 차지할 수 있다는 연구 논문이 발표됐다. 이는 우리은하와 같은 은하에 평균 12개의 보이지 않는 ‘거대 괴수’가 주변을 배회하며 근처의 모든 것을 집어삼킬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연구진 설명에 따르면, 은하를 둘러싸고 있는 바깥쪽 ‘헤일로’(halo)에 질량이 많을수록 블랙홀의 수가 증가하므로 무거운 헤일로를 가진 은하단에는 굶주린 방랑자들이 훨씬 더 많을 수 있다.
연구진은 “은하단 헤일로에 수천 개의 방황하는 블랙홀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천문학자들은 대부분의 은하가 초대질량 블랙홀 주위에 형성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태양보다 수백만 배 또는 수십억 배나 더 큰 거대질량 블랙홀은 성간 가스, 먼지를 비롯해 별이나 행성 주위를 도는 물질에 대해 닻 같은 역할을 한다. 블랙홀에 가까울수록 물질은 더 빠르게 가열되면서 나선형으로 블랙홀에 빨려들며, 강한 복사를 방출하는 강착원반을 형성한다. 우리가 보이지 않는 블랙홀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이런 강착원반의 복사 덕분이다.
이런 우주 사건이 얼마나 자주 발생하는지 추정하기 위해 천문학자들은 블랙홀이 수십억 년에 걸쳐 궤도가 어떻게 변화하는가를 추적했다. 블랙홀의 행동에 관한 모든 규칙을 설명하기 위해 개발한 ‘로물루스(Romulus) 모의실험’을 실행한 결과, 약 137억 년 전의 빅뱅과 그 후 약 20억 년 사이에 초기 우주의 빈번한 은하 충돌로 인해 은하에 고정된 거대질량 블랙홀 사촌을 능가할 만큼 수많은 떠돌이 블랙홀들을 생산했음을 예측했다.
그 후 우주가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느슨한 중력으로 묶여 있던 수많은 블랙홀들이 합쳐져서 은하 중심에서 쌍성계를 형성한 후, 다른 거대질량 블랙홀에 의해 다시 포착됐음이 모의실험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많은 블랙홀들은 여전히 자유로운 상태에 머물러 있었다.
연구진은 “로물루스는 수십억 년의 궤도 진화 후에 많은 거대질량 블랙홀 쌍성이 형성되는 반면, 일부 거대질량 블랙홀은 결코 은하 중심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측한다”면서 “결과적으로 로물루스에 의해 우리은하와 비슷한 질량의 은하는 평균 12개의 거대질량 블랙홀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이들은 대개 은하 중심에서 멀리 떨어진 헤일로를 떠돌아다닌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다음 단계는 보이지 않는 거대 블랙홀의 특징을 알아내는 것”이라며 “언젠가 우리가 그들을 직접 관찰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영국 왕립천문학회월간보고’(MNRAS) 6월호에 실렸다.
이광식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