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영화계가 주목한 성전환 배우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 [시네마랑]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이 지난달 19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엘르 우먼 인 할리우드 축하 행사에 도착하고 있다. AP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이 지난달 19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엘르 우먼 인 할리우드 축하 행사에 도착하고 있다. AP


성전환 배우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이 제37회 유럽영화상(European Film Awards)에서 또 한 번의 역사를 만들었다.

7일(현지시간) 스위스 루체른에서 열린 유럽영화상에서 가스콘은 영화 ‘에밀리아 페레즈’(Emilia Pérez)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성전환 배우가 최고 주연상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가스콘은 수상 인터뷰에서 “수상을 예상하지 못해 소감을 준비하지 못했다”면서 “세상의 모든 어머니에게 이 상을 바친다”고 말했다. 이어 “불행하게도 우리는 자녀가 동성애자가 될 바에는 차라리 범죄자가 되기를 바라는 세상에 살고 있다”면서 성 정체성이 존중받은 사회가 되기를 강력하게 호소했다.

영화 ‘에밀리아 페레즈’는 여우주연상 외에도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편집상을 받으며 이번 영화제의 주인공이 됐다.

영화 ‘에밀리아 페레즈’ 스틸컷.
영화 ‘에밀리아 페레즈’ 스틸컷.


프랑스를 대표하는 자크 오디아르 감독이 연출한 ‘에밀리아 페레즈’는 보리스 라존의 2018년 소설 ‘에쿠트’(Écoute)를 원작으로 하는 스릴러 코미디 장르의 뮤지컬 영화다.

영화는 멕시코 마약 카르텔의 대부 마니타스(카를라 소피아 가스콘)가 조력자인 변호사 리타(조이 살다나)의 도움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고 가족을 떠나 에밀리아 페레즈로서 살아가는 내용이다.

가스콘은 영화에서 공포와 경외의 대상인 마니타스라는 인물과 가부장적 관행에 맞서는 성전환 여성까지, 극명하게 상반된 두 캐릭터를 깊이 있게 표현했다는 극찬을 받았다.

영화 ‘에밀리아 페레스’로 제77회 칸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이 5월25일 시상식 무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영화 ‘에밀리아 페레스’로 제77회 칸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이 5월25일 시상식 무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가스콘이 성전환 여배우로서 최고 타이틀을 차지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5월 25일 폐막한 제77회 칸 영화제에서 가스콘은 아드리안나 파즈, 조이 살다나, 설리나 고메즈와 함께 공동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차지한 첫 성전환 배우가 된 그는 수상 소감에서 “세상에는 성전환 여성의 존재 자체를 혐오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이 상을 모든 성전환 여성에게 바친다”고 말했다.

가스콘은 미국 최고 권위의 영화상인 아카데미상(오스카상)에도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라있다. 내년 3월 2일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그가 칸, 유럽영화상에 이어 ‘최고 여배우’ 타이틀을 지켜낼 수 있을지 영화계가 주목하고 있다.

윤규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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