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처럼 다리에 가시 달린 3억 800만 년 전 거미 발견 [와우! 과학]

더글라사라크네 아칸소포다의 화석. 사진=Paul Selden
더글라사라크네 아칸소포다의 화석. 사진=Paul Selden
육지 동물 가운데 생물량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절지동물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생물종의 80% 이상이 절지동물일 정도다. 이 가운데 곤충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사실 거미처럼 곤충에 속하지 않는 절지동물의 비중도 상당하다. 현재까지 알려진 거미의 종류만 4만 5000종에 달하고 이들이 연간 먹어 치우는 먹이의 양만 해도 4억에서 8억 톤에 달할 정도로 많아 생태계에서 절지동물의 개체 수 조절에 큰 역할을 담당한다.

거미의 조상은 4억 년쯤 전 물속에서 지상으로 올라온 것으로 생각되지만, 이들이 본격적으로 진화해서 생태계에서 큰 역할을 담당하기 시작한 건 지구에 최초로 울창한 숲이 들어선 석탄기(3억 5920만 년부터 2억 9900만 년 이전)부터다. 이 시기 다양한 거미들이 등장했는데, 일부는 3억 년 전 석탄기 열대 우림 붕괴와 함께 사라져 화석으로만 존재한다.

캔자스 대학 폴 셀든이 이끄는 연구팀은 거미의 진화적 실험장이었던 석탄기 신종 거미 화석을 발견했다. 일리노이주 메이슨 크릭 지층에서 발견된 1.5cm 크기 이 거미 화석은 기증자의 이름을 따서 더글라사라크네 아칸소포다(Douglassarachne acanthopoda)로 명명됐다. 8개의 다리와 통통한 몸통 덕분에 이 화석을 본 사람은 전문가가 아니라도 한눈에 거미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 수 있다. 연구팀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가시 달린 다리를 확인한 후 더글라사라크네가 후손을 남기지 않고 멸종한 고대 거미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현존하는 거미 가운데 다리에 털이 난 거미는 드물지 않지만, 장미처럼 뾰족한 가시가 있는 거미는 없기 때문이다.
더글라사라크네 아칸소포다의 몸 구조. 사진=Paul Selden
더글라사라크네 아칸소포다의 몸 구조. 사진=Paul Selden
이 가시가 방어용인지 공격용인지는 알 수 없지만, 더글라사라크네가 살았던 3억 800만 년 전 석탄기의 울창한 숲에는 대형 절지동물이 많았다. 날개 너비가 70cm가 넘는 잠자리 같은 곤충인 메가네우라를 비롯해 몸길이 2.6m의 초대형 노래기인 아르트로플레우라 그 대표격인데, 이들은 사실 너무 커서 작은 거미인 더글라사라크네는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시기 숲에는 지금보다 몸집이 큰 대형 곤충과 절지동물은 물론이고 초기 파충류와 양서류 같은 포식자가 넘쳐났기 때문에 작은 거미에게는 매우 위험한 환경이었다. 독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다리의 날카로운 가시는 포식자들이 한 끼 식사로 먹기 부담스럽게 만들 수 있는 무기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다양한 고대 거미 중 상당수가 석탄기 말 울창한 산림이 파괴되면서 사라졌다. 살아남은 일부는 현생 거미의 조상이 되었지만, 더글라사라크네 같은 독특한 외형의 거미는 살아남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럼에도 살아남은 소수의 거미는 다시 진화를 거듭해서 지구 생태계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생물체로 자리 잡았다. 3억 전부터 육지 최고의 사냥꾼이었던 거미는 아마 수억 년의 세월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고 그 위치를 유지할 것이다.

고든 정 과학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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