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처럼 다리에 가시 달린 3억 800만 년 전 거미 발견 [와우! 과학]
고든 정 기자
입력 2024 05 27 18:04
수정 2024 05 27 18:04
거미의 조상은 4억 년쯤 전 물속에서 지상으로 올라온 것으로 생각되지만, 이들이 본격적으로 진화해서 생태계에서 큰 역할을 담당하기 시작한 건 지구에 최초로 울창한 숲이 들어선 석탄기(3억 5920만 년부터 2억 9900만 년 이전)부터다. 이 시기 다양한 거미들이 등장했는데, 일부는 3억 년 전 석탄기 열대 우림 붕괴와 함께 사라져 화석으로만 존재한다.
캔자스 대학 폴 셀든이 이끄는 연구팀은 거미의 진화적 실험장이었던 석탄기 신종 거미 화석을 발견했다. 일리노이주 메이슨 크릭 지층에서 발견된 1.5cm 크기 이 거미 화석은 기증자의 이름을 따서 더글라사라크네 아칸소포다(Douglassarachne acanthopoda)로 명명됐다. 8개의 다리와 통통한 몸통 덕분에 이 화석을 본 사람은 전문가가 아니라도 한눈에 거미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 수 있다. 연구팀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가시 달린 다리를 확인한 후 더글라사라크네가 후손을 남기지 않고 멸종한 고대 거미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현존하는 거미 가운데 다리에 털이 난 거미는 드물지 않지만, 장미처럼 뾰족한 가시가 있는 거미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시기 숲에는 지금보다 몸집이 큰 대형 곤충과 절지동물은 물론이고 초기 파충류와 양서류 같은 포식자가 넘쳐났기 때문에 작은 거미에게는 매우 위험한 환경이었다. 독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다리의 날카로운 가시는 포식자들이 한 끼 식사로 먹기 부담스럽게 만들 수 있는 무기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다양한 고대 거미 중 상당수가 석탄기 말 울창한 산림이 파괴되면서 사라졌다. 살아남은 일부는 현생 거미의 조상이 되었지만, 더글라사라크네 같은 독특한 외형의 거미는 살아남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럼에도 살아남은 소수의 거미는 다시 진화를 거듭해서 지구 생태계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생물체로 자리 잡았다. 3억 전부터 육지 최고의 사냥꾼이었던 거미는 아마 수억 년의 세월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고 그 위치를 유지할 것이다.
고든 정 과학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