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군 훈련장 60년 된 카빈소총 직접 쏴보니…

18일 서울 북부의 북한산 자락에 위치한 예비군 훈련장.

아직은 차가운 산바람 사이로 수십 발의 총성이 연달아 울렸다. 5.56x45㎜소총탄의 사격음과 사뭇 다른 7.62x33㎜, 일명 ‘카빈탄’의 사격음이었다.

이 날 훈련을 받은 기자도 ‘M-16A1’ 소총을 썼던 이전과는 달리 ‘M-1 카빈’(Carbine) 소총을 지급받았다. 총을 들어보니 가장 먼저 ‘가볍다.’란 생각이 들었다. 탄창 없이 2.4㎏에 불과한 카빈의 특징을 몸으로 알 수 있었다.

살펴보니 목재로 된 개머리판과 총열 덮개가 눈에 들어왔다. 단순하지만 견고하게 만들어진 장전손잡이와 노리쇠 뭉치도 보였다. 전시에 생산된 만큼 빨리 만들기 위해 부품을 최대한 단순하게 만든 총다웠다.

노리쇠 뭉치 한켠에는 ‘U.S.A’라는 각인도 보였다. 미국에서 생산됐다는 뜻이다. 군용 카빈소총이 1945년까지만 생산된 것을 고려하면 이 총의 나이는 최소 65세였다.

실제로 기자의 총은 별다른 이상이 없었으나 다른 예비군이 지급받은 총은 노리쇠의 왕복운동이 원활치 않거나 아예 가늠자가 떨어져 있는 등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다.

이윽고 사격 시간.

60년이 넘은 총이 잘 발사될까 싶었지만 사격장에 비치된 카빈소총은 이미 수백발의 총알을 별다른 이상없이 토해내고 있었다. 기자도 순서를 기다려 5발을 지급받아 연습사격을 해 표적지를 확인한 후 다시 5발의 기록사격을 실시했다.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10발 중 9발이 표적지에 명중했다. 빗나간 한 발도 표적지 주변에 맞은 것으로 추측됐다.

연습사격때 영점을 모르는 상태에서 사격해 표적지의 모서리에 구멍 4개가 뚫려 있었기 때문이다. 연습사격의 결과를 바탕으로 오조준해 실시된 기록사격의 결과 지름 4㎝의 원 안에 5발이 모두 명중했다.

‘안맞을 것’이란 선입견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카빈소총을 처음 쏴본다는 예비군 정모씨(28세, 회사원)는 “총이 워낙 오래된 것 같아 불안한 마음도 있었지만 실제로 사격을 해보니 이전에 써본 M-16보다 반동이 적었고 명중률도 생각보다 높게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 M-1 카빈의 유래

‘단축형 총기’라는 뜻의 ‘카빈’에서 알 수 있 듯이 이 총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의 주력소총이던 ‘M-1 개런드’(Garand) 소총의 구조를 간략화해 단축시킨 총이다.

개런드 소총의 경우 무게가 4.3㎏, 길이가 1107㎜에 달해 공병이나 의무병, 박격포병 등이 사용하기엔 무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카빈소총은 이들에게 지급되기 위해 무게와 크기를 줄이고 반동이 약한 30-06탄을 쓰는 총으로 개발돼 일선에 보급됐다.

이후 카빈소총을 사용해본 일선부대의 반응이 뜨겁자 개런드 소총을 보조하는 역할이었던 애초의 계획을 바꿔 지급범위를 더 확대했다.

덕분에 카빈소총은 개런드 소총과 비슷한 600만 정 이상 생산돼 전 세계에서 널리 사용됐다.

우리나라는 6·25전쟁 전 미군에게 4만 7000여정을 지원받은 것을 시작으로 전쟁을 치루며 21만 9000여정을 추가로 지원받았다.

이후 베트남전을 치루며 M-16A1 소총으로 교체되기 까지 약 20년간 개런드 소총과 함께 국군의 주력을 차지했으며 현재는 예비군용으로 돌려졌다.

서울신문 M&M 최영진 군사전문기자 zerojin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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