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땅의 이야기 속으로 - 영암 전라남도농업박물관

전라남도농업박물관에는 쌀을 테마로 하여 만든 쌀문화관이 있다
전라남도농업박물관에는 쌀을 테마로 하여 만든 쌀문화관이 있다


“땅을 밟구 다니니까 땅을 우섭게들 여기지? 땅처럼 응과(應果)가 분명헌 게 무어냐? 하눌은 차라리 못 믿을 때두 많다. 그러나 힘들이는 사람에겐 힘들이는 만큼 땅은 반드시 후헌 보답을 주시는 거다.” <이태준, 돌다리, 1943>

일제강점기 시절이나 광복 이후, 아니 지금까지도 여전히 나라를 통째로 들었다 놓았다하는 것은 땅이다.

지금에서야 재산으로서의 땅, 자본으로서의 땅, 욕망과 소유의 대상으로서의 땅이 되어버려 대한민국을 부동산 공화국으로 만들어 버린 야속한 땅이지만 한때는 우리 민족의 삶을 튼튼히 지탱해준 생명으로서의 고마운 땅이었던 적도 있었다.

바로 우리 민족의 삶의 뿌리가 담겨 있는, 쇠똥 내음 가득한 땅의 역사가 잘 담겨 있는 박물관이 있다. 영암에 위치한 전라남도농업박물관이다.
우리네 농업역사가 고스란히 기록으로 남겨져 있어 관람하는 재미가 있다
우리네 농업역사가 고스란히 기록으로 남겨져 있어 관람하는 재미가 있다


으레 지역 박물관 수준이 그저 그런 정도이겠거니 짐작하며 전라남도농업박물관을 방문한다면 큰 코 여러 번 다칠 각오를 해야 한다. 기실 그동안 정치적 이해에 얽히어 만들어졌던 전국 방방곡곡의 숱한 박물관들, 사실 박물관 이름을 붙이기도 민망한 그런 박물관들과는 애초부터 결이 사뭇 다른 곳이 바로 전라남도농업박물관이다. 한 마디로 제대로 된 박물관이라는 것이다.
남도의 농기구 등이 전시되어 있어 넉넉한 구경거리가 가득하다
남도의 농기구 등이 전시되어 있어 넉넉한 구경거리가 가득하다


우선 전라남도농업박물관은 규모부터 남다르다. 3만 6,922m²에 달하는 광대한 시설부지에 건물면적이 6,052㎡, 전시면적은 2,423㎡에 이르니 말 그대로 단연 국내 최대 농업박물관이라는 이름표를 걸어줄만하다. 여기에 더해 7,500여점이 넘는 남도의 희귀한 전통 농기구를 비롯한 민속 생활유물 및 중국 농기구 등도 소장되어 있기에 전시품 수준으로만 보아도 단연 으뜸 수준을 자랑한다.
농업문화와 관련된 각종 행사 기구나 장식 등도 잘 전시되어 있다
농업문화와 관련된 각종 행사 기구나 장식 등도 잘 전시되어 있다


박물관 구역은 크게 농경문화관, 남도생활민속관, 쌀문화관, 야외전시장으로 나눌 수 있다. 우선 농경문화관은 박물관 개관 당시부터 설치된 곳으로 선사시대의 농기구부터 각종 농경 유물을들이 보존 전시되어 있다. 남도생활민속관은 남도민의 전통 생활상과 민속 문화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전시관으로 전형적인 남도의 마을과 가옥 모형을 옮겨 놓은 곳이다.
실제 남도민들이 사용하던 생활 용구 등도 기증받아 보존 전시하고 있다
실제 남도민들이 사용하던 생활 용구 등도 기증받아 보존 전시하고 있다


또한 쌀문화관의 경우 우리 겨레와 함께 한 쌀 농업의 중요성과 가치를 일깨우고 체험 중심의 문화·관광 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2014년 6월 9일 신축 개관한 쌀주제 전시공간으로 찻집, 먹을거리 장터, 혼례청 등으로 꾸며져 있어 볼거리가 많다. 마지막으로 야외전시장에는 민속자료인 석장승 20기를 비롯하여 물레방아, 통방아, 디딜방아, 전통 초가삼간 등이 자연환경과 어우러져 농촌 분위기를 그대로 자아내고 있다.
예전에도 사람들의 다툼은 있었다. 농민들간의 고소장도 고스란히 전시되어 있어 흥미롭다
예전에도 사람들의 다툼은 있었다. 농민들간의 고소장도 고스란히 전시되어 있어 흥미롭다


이 외에도 전라남도농업박물관에는 관람객들이 전통놀이인 그네, 널뛰기, 투호, 윷놀이, 줄다리기 등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있을 뿐만 아니라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는 공간으로 토끼·닭·오리·염소·진돗개 등 가축들을 관찰할 수 있는 작은 동물원도 갖추어져 있다.

<전라남도농업박물관에 대한 여행 10문답>

1. 꼭 가봐야 할 정도로 중요한 여행지야?

- 생각보다 훨씬 유익한 곳이다. 꼭 가 보길 권유한다.

2. 누구와 함께?

- 아이들과 함께 방학 체험으로는 제대로인 공간이다.

3. 가는 방법은?

- 전라남도 영암군 삼호읍 녹색로 653-11

- 목포역에서 300번, 500번, 700번 버스

4. 감탄하는 점은?

- 모든 것에 대하여. 모처럼 만나는 박물관다운 박물관.

5. 명성과 내실 관계는?

- 영암에 위치하다 보니 한산한 편이다.

6. 꼭 봐야할 장소는?

- 야외전시장에 있는 농촌의 모습.

7. 토박이들이 추천하는 먹거리는?

- 낙지와 육회 ‘영빈관’, ‘수궁한정식’, 닭백숙 ‘월출산이야기’, 콩나물해장국 ‘구림식당’

8. 홈페이지 주소는?

- https://www.jam.go.kr/web?site_id=19

9. 주변에 더 볼거리는?

- 월출산 국립공원, 왕인박사 유적지, 도갑사, 국립나주박물관

10. 총평 및 당부사항

- 우리네 삶의 중심이었던 농업에 대한 완벽한 스토리텔링 장소. 각종 체험행사도 다양하여 쥐불놀이, 지신밟기, 달집태우기 등과 같은 전통 놀이 경험도 가능한 곳이다. 박물관이라는 이름이 딱 어울리는 곳이다.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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