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갑오(甲午) 최후의 전쟁 - 장흥 동학농민혁명 기념관

장흥 동학농민혁명 기념관은 동학 최후의 전쟁터인 전라남도 장흥 석대들 앞에 세워진 기념관이다
장흥 동학농민혁명 기념관은 동학 최후의 전쟁터인 전라남도 장흥 석대들 앞에 세워진 기념관이다


“석대들로 내뺀다. 저놈들 몰살을 시켜라!”<송기숙, 녹두장군, 1989>

지금도 전라남도 장흥은 지리학적으로 빼어난 곳이다. 뭍으로는 나주, 화순, 강진, 보성에 맞닿아 있을 뿐만 아니라, 바닷길로는 완도에 뻗어 있다 보니 사통팔달 장흥 땅에는 예부터 사람과 물산이 차고 넘쳤다. 이에 더해 나주 너른 평야와 화순 너릿재 터널, 자울재고개 앞으로 나아가면 금강천, 탐진강 사이에 있는 너른 석대들판은 한결같이 그 빛깔이 곱고 평화롭다.

하지만, 이 석대들은 국가지정 사적 제 498호로 지정된 장소로 우리 민족의 슬픈 역사가 숨겨져 있는 곳이기도 하다. 바로 공주 우금치, 정읍 황토현, 장성의 황룡과 더불어 동학농민혁명의 4대 전적지이자 동학 농민혁명 최후의 전투가 펼쳐진 땅이기 때문이다. 장흥에 위치한 동학농민혁명 기념관으로 가 보자.
일본군의 기관총에 맞서 닭장을 응용한 동학 농민군의 엄폐물. 총알을 피하는 용도로 사용된 장태
일본군의 기관총에 맞서 닭장을 응용한 동학 농민군의 엄폐물. 총알을 피하는 용도로 사용된 장태


1894. 갑오(甲午)년이다. 동학농민혁명이 기포하였다. 그 해 1월 10일, 동학 북접의 지도자였던 녹두장군 전봉준(1854-1895)이 고부관아를 점령한 이후 ‘보국안민 척왜양창의’를 기치를 내걸고 남도 땅을 휩쓸고 다녔던 동학의 파죽지세는 11월 공주 우금치 전투와 태인 전투 패배를 기점으로 급격히 쇠락한다. 더더군다나 지도부였던 전봉준, 김개남, 손화중 등이 대부분 피체되자 구심점을 잃은 농민군들은 나주와 화순을 지나 장흥으로 모여든다.
장흥 동학 농민 전쟁을 이끈 주역들. 여성 장수부터 소년 장수까지 다양하다
장흥 동학 농민 전쟁을 이끈 주역들. 여성 장수부터 소년 장수까지 다양하다


이에 동학의 장흥 접주였던 이방언(李邦彦 1838~1895)을 중심으로 적게는 1만, 많게는 3만 여명에 달하는 동학 농민군이 집결하여 최후의 일격을 준비한다. 12월 3일 전투를 시작한 이후 동학 농민군은 금새 장흥 벽사역과 장흥부를 완전히 장악하는 공과를 세운다.
기념관에는 잊혀져 가는 장흥 동학 농민 전쟁에 관한 기록도 남겨져 있다
기념관에는 잊혀져 가는 장흥 동학 농민 전쟁에 관한 기록도 남겨져 있다


하지만 이런 성과도 잠시였다. 곧이어 일본군 대장이었던 미나미 고시로(南小四郞)와 관군 이두황, 조희연, 이두재 등이 신식무기인 개틀링 기관총, 즉 회선포(回旋砲)를 석대들 양옆에 걸고 쏘아대자 한 번에 수백여 명의 농민군들은 바로 절명한다. 곡괭이, 몽둥이, 화승총으로 무장한 동학 농민군의 최후는 석대 들녘을 가득 메운 피비린내로 남게 되었다.
장흥 동학농민혁명 기념관은 반외세, 반봉건의 민족 정신이 오롯이 살아있는 곳이다
장흥 동학농민혁명 기념관은 반외세, 반봉건의 민족 정신이 오롯이 살아있는 곳이다


이로써 반봉건, 반외세의 기치를 높이 세우고 세상을 뒤집어 보려던 동학 농민 혁명은 결국 미완으로 남게 된다. 100여년이 훨씬 지난 지금도 장흥 석대들은 여전히 그 안타까운 시간을 어루만지고 있다.

장흥 동학농민혁명 기념관은 전라남도 장흥읍 남외리 165일대에 터 2만6000㎡, 지상 1층, 건축면적 2800㎡ 규모로 134억원을 들여 2015년 4월 26일에 개관하였다. 외부에는 동학 농민 전쟁 당시의 상징 조형물과 깃발광장을 조성하였고, 전시관 내부에는 체험실, 영상실, 수장고, 휴게실 등을 설치하여 동학 최후의 전투였던 석대들 전투를 기억하고 있다.
일본군에 맞서 동학 농민군이 사용하던 무기도 같이 전시되어 있다
일본군에 맞서 동학 농민군이 사용하던 무기도 같이 전시되어 있다


특히, 이 곳에는 당시 일본군의 총탄을 막기 위해 사용하였던 ‘장태’ 모형과 더불어, 동학 농민군들의 무기 등도 전시되어 있어 실감나는 관람이 가능하다. 또한 22살의 여자 장수였던 ‘이소사’와 13세 소년 장수 최동린, 농민군 수백명의 생명을 완도와 고흥 섬으로 피신시켰던 소년 뱃사공 윤성도의 이야기도 관람객들에게 의미를 더하고 있다.

<장흥 동학농민혁명 기념관에 대한 여행 10문답>

1. 꼭 가봐야 할 정도로 중요한 여행지야?

- 반외세, 반봉건을 외친 동학의 마지막 전투 현장이다. 역사적으로 의미가 깊다.

2. 누구와 함께?

- 역사적, 문학적 지식을 나눌 수 있는 지인들과 함께라면 더더욱 좋다.

3. 가는 방법은?

- 전라남도 장흥군 장흥읍 읍성로 2

4. 감탄하는 점은?

- 기념관 옥상에서 내려다보는 석대들.

5. 명성과 내실 관계는?

- 관람객들이 많지 않다.

6. 꼭 봐야할 것은?

- 장태, 기념탑, 석대들 전경

7. 토박이들이 추천하는 먹거리는?

- 삼합 ‘명희네장흥삼합’, 키조개 ‘갯마을’, 콩국수 ‘시루와 콩’, ‘삼대곰탕’

8. 홈페이지 주소는?

- http://www.jangheung.go.kr/tour/attractions/exhibit_hall?mode=view&idx=48

9. 주변에 더 볼거리는?

- 두륜산 대흥사, 다산초당, 윤선도 기념관, 정남진 토요시장

10. 총평 및 당부사항

- 동학의 마지막 전쟁터. 나라를 지키려는 민초들의 순수한 열정이 아직도 석대들에는 남아있는 듯하다.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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