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청춘을 리노베이션하다 - 대구 수창청춘맨숀

대구 수창청춘맨숀은 예전 전매청(현 KT&G) 사택에 조성한 복합문화예술공간이다
대구 수창청춘맨숀은 예전 전매청(현 KT&G) 사택에 조성한 복합문화예술공간이다
“자갈마당”

대구의 공공장소에서 자갈마당이라는 단어를 입으로 내뱉는 순간, 주변 분위기는 말 그대로 ‘갑분싸’로 빠져든다. ‘자갈마당’은 과거 서울의 청량리나 미아리, 부산의 완월동과 같은 대표적인 대구의 집창촌을 달리 부르는 이름으로 이제는 거의 명맥이 끊긴 곳이기도 하다. 바로 이 어둡고 숨겨진 '청소년 통제 구역'의 골목 앞에 대놓고(?) 예술 문화 공간이 하나 생겼다. 대구 수창청춘맨숀이다.
수창청춘맨숀에서는 담배를 제조하던 전매청의 오랜 역사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수창청춘맨숀에서는 담배를 제조하던 전매청의 오랜 역사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상전벽해. 바로 이 거리를 두고 하는 말이다. 자갈마당은 버스 안에서조차도 아이들의 고개를 황급히 돌려야 했던 ‘19금’ 가득 담긴 금기의 골목이었다. 그러나 원래 이 땅이 일본 제국주의 식민지 수탈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가슴 아픈 자리라는 사실은 지역 사람들도 잘 모른다.
전매청 관사로 사용되던 실제 거주 공간을 전시 공간으로 바꾸어 놓았다
전매청 관사로 사용되던 실제 거주 공간을 전시 공간으로 바꾸어 놓았다
1894년 청일 전쟁 직후 일본군 통신대가 주둔하면서 대구의 개천들이 몰려 있던 현 달성공원 앞 습지 바닥에 대구읍성 철거 중에 나온 각종 자갈 및 흙들을 깔았고 이후 여기를 자갈마당이라고 부르기 시작하였다. 1909년이 들어서면서 자갈마당에 있던 기존의 일본 군대를 위한 공창지역 옆에 하급 노동자를 위한 본격적인 유곽지가 따로이 조성되면서 이 지역이 집창촌으로 본격적으로 탈바꿈한다. 1910년 3월에는 오오이시(大石)상회가 대구 태평로에 국내 최대 규모의 담배 연초 제조공장을 설립하였고 해방 후 전매청의 이름으로 고스란히 자리는 남게 되었다.
수창 청춘맨숀에서는 젊은 예술가들이 실험적으로 창작한 작품들을 볼 수도 있다
수창 청춘맨숀에서는 젊은 예술가들이 실험적으로 창작한 작품들을 볼 수도 있다
이후 전매청 대구연초제조창이 있는 이 지역을 중심으로 각종 공구 상회, 달성공원, 기계부품공장 등이 1930년대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들어서면서 자갈마당 주변은 대구 북구 지역의 관문 역할을 하며 번성가도를 달린다. 그러다 1999년 6월 한국담배인삼공사(현 KT&G) 대구연초제조창으로 사용되던 건물들이 노후화로 인해 줄줄이 폐쇄되면서 이 거리도 급속도로 쇠락의 운명을 맞게 된다.

수창청춘맨숀은 바로 강제 철거 위기에 놓여 있던 옛 담배인삼공사 직원들의 수창동 관사를 2017년 12월부터 리노베이션한 곳이다. 이 장소에서 젊은 예술가들에게 창작의 공간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전시 관람 판매 공간도 아울러 마련하자는 의도로 가지고 실험적으로 조성한 문화공간의 또 다른 이름이 수창청춘맨숀이다.
철거직전의 옛 3층 짜리 전매청 관사 건물을 그대로 보존 전시하고 있다
철거직전의 옛 3층 짜리 전매청 관사 건물을 그대로 보존 전시하고 있다
예전 전매청 관사를 둘러싸고 있던 붉은 색 담장은 허물어 현재 야외 전시장 및 주차 장소로 사용하고, 관사 내부 3층 아파트 규모 2개 동은 청년 작가들을 위한 창작 예술 센터와 전시 공간으로 탈바꿈하였다. 이 수창청춘맨숀의 또 다른 특성은 타 지역의 리노베이션 공간과는 달리 직접 자신이 만든 작품을 전시 판매할 수 있게 하여 일반인들도 흥미를 지니고 다가갈 수 있도록 하였다.
수창청춘맨숀에는 쾌적한 쉼터 공간도 제공하고 있어 인근 주민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수창청춘맨숀에는 쾌적한 쉼터 공간도 제공하고 있어 인근 주민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수창청춘맨숀에서는 현재 20~30대 젊은 작가들의 설치미술작품, 미디어 아트, 평면 회화 등을 선보이고 있다. 또한 수제 맥주 만들기, 패션화보 촬영하는 법, 다큐영상 제작법 등 다채로운 체험 활동 공간도 제공하고 있어 일반인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청년 예술가들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수창청춘맨숀 활성화 성공 여부는 전국에 산재한 노후 도심 재개발 방향에 의미있는 방향성을 제공할 듯하다.

<대구 수창청춘맨숀에 대한 여행 10문답>

1. 꼭 가봐야 할 정도로 중요한 여행지야?

- 슬럼화된 옛 집창촌 골목이 예술의 힘으로 살아나고 있는 현장. 세월이 바뀌었다.

2. 누구와 함께?

- 연인들과 함께. 젊은 공간.

3. 가는 방법은?

- 대구 수창 초등학교 앞에 있다

- 시내버스 수창초등학교 : 300, 523, 808, 836, 939, 동구2, 북구2

- 지하철 달성공원역 하차.

4. 감탄하는 점은?

- 완전히 뒤바뀐 거리의 풍경.

5. 명성과 내실 관계는?

- 아직은 좀 더 많은 홍보가 필요한 공간.

6. 꼭 봐야할 전시품은?

- 과거 전매청 직원들의 구술 역사. 전매청 직원들이 살던 아파트의 흔적들.

7. 토박이들이 추천하는 먹거리는?

- ‘마당갈비’, 북성로 돼지불고기 골목, 순대 ‘이모식당’, 돼지바베큐 ‘청춘을 파는 상회 서재점’, ‘부산설렁탕’

8. 홈페이지 주소는?

- https://www.facebook.com/Suchangmansionofyouth

9. 주변에 더 볼거리는?

- 대구예술발전소, 달성공원, 삼성상회 옛 터, 서문시장

10. 총평 및 당부사항

- 거대 자본이 아닌 젊은 청년 예술가들의 힘을 느낄 수 있다. 아직은 좀 더 많은 홍보와 작품 구성이 필요하다. 출발점은 분명 멋지다.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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