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중국] 백화점 장난감 매장서 돌연 범인으로 몰린 아이 왜?
유영규 기자
입력 2022 05 25 09:28
수정 2022 05 25 09:28
홍콩 몽콕지역에 소재한 랑함 플레이스라는 쇼핑몰에서 벌어진 이번 사건으로 소셜미디어에서는 해당 매장의 후속 조치와 대처에 대해 ‘난타전’이 벌어졌을 정도로 관심이 집중됐다.
사건은 지난 22일 어린이 전문 장난감 매장에 진열돼 있었던 약 5만 2800홍콩달러(약 850만원) 상당의 대형 조형물이 부서지자, 이를 두고 매장 직원들이 조각상 인근에 있었던 한 어린이를 지목해 배상금 요구라는 등 책임을 전가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부서진 조형물 옆에는 이날 가족들과 함께 매장을 방문했던 어린이 A군이 서서 바닥으로 떨어져 산산 조각난 텔레토비 조형물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조형물이 부서진 것이 전적으로 A군의 책임인 지 여부는 누구도 증언하지 못했던 어수선한 상황이었는데, 이때 이 매장 직원들이 나서 A군을 지목해 그의 부모에게 배상을 강력하게 요구하며, 험악한 분위기가 조성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이 벌어졌던 현장 모습을 목격하지 못했던 A군의 부모는 “아이가 조형물을 발로 차고, 고의로 훼손했다”는 매장 직원들의 주장에 따라, 약 3만 홍콩달러(약 483만원)상당의 배상금을 지불했고, 이 과정에서 수차례 소란을 일으켰던 것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시 사건 현장에 있었던 목격자들이 촬영한 영상이 SNS에 공개되면서 매장 직원들의 주장과 다르게, 도리어 A군은 조형물과 무관하며 그 일로 인해 상해를 입을 수 있는 위험천만한 사건의 피해자였다는 것이 밝혀졌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 매장 측은 지난해 11월부터 문제의 조형물을 이 매장에 진열했으며, 진열대에는 제품을 보호할 어떠한 시설물도 설치되지 않은 상태로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이 때문에 파손되기 쉬운 이 조형물로 인해 사람이 붐비는 주말에는 줄곧 이 일대를 지나치는 방문객들이 조형물을 피해 불편하게 이동해야 하는 등의 문제가 이어져 왔다는 것이 누리꾼들을 증언이다.
이 영상이 SNS에 공개된 직후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에서는 약 2만 명의 누리꾼들이 문제의 매장과 직원들을 힐난하는 댓글을 게재했고, 사건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일파만파 번진 후에야 매장 담당자는 자신들의 후속 대처에 대해 공개 사과문을 게재했다. 또, A군의 부모로부터 받은 배상금 전액을 이미 환불 완료했으며, A군 측이 원한다면 매장 장난감 등을 A군에게 선물해 피해 보상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사건과 관련해 A군의 부모는 “이 일이 벌어진 직후 매장 직원들이 A군을 비난한 것에 아이가 정신적인 충격을 받았다”면서 “1m가 넘는 대형 조형물을 매장에 방치했던 직원들이 정확한 사실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아이를 범인으로 몰았던 것은 잘못된 후속 조치였다”고 목소리를 높여 비판했다.
임지연 중국 통신원 cci200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