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내맘대로 세탁소

살고 있는 아파트단지 지하 1층에 무인세탁소가 있다. 한밤중에 옷을 맡기고 찾아올 수 있어 자주 이용한다. 지하로 통하니 옷 들고 이동할 때 비가 오건 눈이 오건 상관없다. 동네 세탁소에 가서 카드를 내밀면 괜히 신경이 쓰였는데 무인이라 당연히 카드 지불만 가능하다. 지난해 처음 들어왔을 때는 이용하는 사람이 적었는데 요즈음은 자주 눈에 뜨인다. 세탁물에 있어서는 나 같은 ‘올빼미족’이 늘어간다.

몇 년 전에는 아파트 문 앞에 세탁물을 내놓으면 세탁해서 가져다주는 서비스를 써 봤다. 세탁물은 늘 새벽에 도착했고 도착 알림은 이른 아침에 오는데 아침 상황에 상관없이 세탁물에 신경 쓰는 것이 귀찮아서 관뒀다. 아파트 문 앞에 놓여 있는 세탁물도 신경이 쓰였고.

내가 편할 때 맡기고 찾아오는 세탁소가 편하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들과 소통하고 사는 게 중요하다는데 갈수록 내 생활의 시간표대로 움직이려 든다. 좋긴 한데 만사를 이렇게 하려 들까 걱정이다.

전경하 논설위원
Popular News
Latest Shorts
기자 PICK 글로벌 뉴스
TWIG 연예·이슈·라이프
서울 En 방송·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