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성요한 병원을 통해 본 ‘병원’과 ‘환대’의 의미 [으른들의 미술사]

얀 밥티스트 비어블록, ‘성 요한 병원의 병동 모습’, 1778, 캔버스에 유채, 82x153cm, 브뤼헤 성 요한 병원.
얀 밥티스트 비어블록, ‘성 요한 병원의 병동 모습’, 1778, 캔버스에 유채, 82x153cm, 브뤼헤 성 요한 병원.


‘손님을 반갑게 맞아 정성껏 대접하는 것’을 의미하는 ‘환대’와 ‘병원’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말처럼 보인다. 그러나 ‘환대’(hospitality)와 ‘병원’(hospital)은 같은 어근에서 유래한 말이다. 즉 환대는 환자를 맞이하는 병원에서 보이는 덕목을 말한다.

그렇다면 병원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덕목은 무엇일까. 그 해답은 벨기에 브뤼헤에 있는 성 요한 병원(St. John’s Hospital)에서 찾을 수 있다. 중세 병원들은 가난한 사람, 병든 사람, 순례객에 대한 자선을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이 병원 내에는 18세기 병동 모습을 보여주는 그림이 있다. 이 병동 그림에는 환자를 상대하는 의사, 외과의사, 수녀, 하인들이 있으며, 그들이 환자를 맞이하는 환대의 기술을 보여준다.

벨기에 브뤼헤에 있는 성 요한 병원의 병동에서 의사와 죽음을 맞이한 환자를 위해 기도를 올리는 수녀 모습(왼쪽 사진)과 붕대를 든 외과의 모습. 출처 : 성 요한 병원 전시장 내 시각 자료.
벨기에 브뤼헤에 있는 성 요한 병원의 병동에서 의사와 죽음을 맞이한 환자를 위해 기도를 올리는 수녀 모습(왼쪽 사진)과 붕대를 든 외과의 모습. 출처 : 성 요한 병원 전시장 내 시각 자료.


하는 일이 다른 의사와 외과의붉은색 재킷에 검은 모자를 쓴 사람이 의사다. 의사들은 환자의 맥박을 재거나 눈 상태, 소변 검사를 통해 환자의 상태를 진단한다. 특히 소변 검사는 눈으로 색깔을 확인하고 냄새를 맡는 원초적 방식의 검사방식이다. 18세기 성 요한 병원은 의사 두 명을 고용했으며 의사들은 병을 진단하고 처방을 내린다.

성 요한 병원에는 의사 외에 실제 의료 행위를 하는 외과의도 있다. 의사와 달리, 외과의는 교육받은 전문의는 아니고 실습형 의료인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외과의는 칼로 신체를 절단하거나 사혈, 담석 제거, 장 세척 등 피 보는 일을 도맡아 한다.

환자 옷을 갈아입히는 수녀들 모습(왼쪽)과 환자식을 준비하는 수녀들 모습. 출처: 성 요한 병원 전시장 내 시각 자료.
환자 옷을 갈아입히는 수녀들 모습(왼쪽)과 환자식을 준비하는 수녀들 모습. 출처: 성 요한 병원 전시장 내 시각 자료.


오늘날 간호사와 영양사에 해당하는 수녀들간호사들은 인근 아우구스티누스 수도원의 수녀들이다. 수녀들은 의사를 도와 환자들을 보살핀다. 수녀들은 환자가 병원에 도착하면 환자복으로 갈아입힌다. 환자가 입고 온 옷이 바닥에 떨어져 있다.

이 옷들은 환자가 퇴원하면 다시 입을 수 있다. 그렇지 못한 경우 이 옷들은 병원 소유가 된다. 당시 허름한 옷가지도 귀한 재산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녀들은 환자 회복에 가장 중요한 영양식을 준비해 환자들의 회복을 돕는다. 영양식을 만들기 위한 식재료들은 병원에 딸린 정원과 농장에서 조달하고 있다. 하인은 식재료 운반, 청소나 빨래, 침상 정리 등 병원 허드렛일을 돕는다.

성 요한 병원 전시장 내에 있는 18세기 환자 운반용 가마 모습.
성 요한 병원 전시장 내에 있는 18세기 환자 운반용 가마 모습.


18세기 환자를 운반하던 구급차얀 밥티스트 비어블록(Jan Baptist Beerblock·1739~1806)이 그린 성 요한 병동의 오른편 아래에는 독특한 가마 형태의 물건이 보인다. 이것은 오늘날 앰블런스에 해당하는 들 것이다. 이 가마형 들 것은 두 명이 운반하는 형태이며 두 명의 운반수들은 교구가 고용한다.

18세기 병동 모습을 보여주는 비어블록의 그림은 오늘날 병원이 가져야 하는 모든 형태의 덕목이 들어 있다. 의사는 정확하게 진단하고 처방해야 하며, 외과의는 더러운 일이지만 꼭 필요한 일을 해야 한다.

간호사들은 환자의 환부뿐 아니라 마음 속까지 헤아려야 하며, 그밖의 의료인들은 청소, 빨래, 환자의 이송 등에서 환자 중심의 사고를 한다.

무엇보다 병원 내 모든 종사자들이 아픈 사람에게 따뜻한 미소를 보이고, 아픔에 공감하며, 치료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일은 약보다 더 좋은 처방전이다.

이미경 연세대 연구교수·미술사학자 bostonmural@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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