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인도] 고속철도에 탑승한 ‘시바신(神)’… “지나친 숭배” 비난

새로 개통한 인도의 고속철도에서 한 탑승객이 시바신에게 기도를 올리고 있다
새로 개통한 인도의 고속철도에서 한 탑승객이 시바신에게 기도를 올리고 있다
인도에서 새로 개통된 고속철도에 신(神)이 탑승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고 인디아투데이 등 현지 언론이 17일 보도했다.

인도 현지시간으로 지난 16일, 새로 개통한 고속철도에 탄 낯선 ‘승객’의 정체는 비슈누, 브라흐마와 함께 힌두교의 3대 신 중 하나인 시바신이다. 시바신은 파괴의 신이자 동시에 창조의 신이다.

시바신이 ‘탑승’한 것으로 알려진 2등칸 침대 구역의 2층 침대는 신을 기리기 위한 각종 장식품과 붉은 비닐로 둘러싸여 있었으며 해당 구역은 에어컨이 완비된 객실로 알려졌다. 인공 조명 대신 실제 초와 향로로 침대를 꾸몄고, 이는 순례자들이 실제 시바신을 기리는 사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뿐만 아니라 해당 고속철도는 승객들이 실제 사원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하기 위해 미리 녹음된 종교적 찬가를 재생하기도 했다.

언론에 따르면 해당 고속철도는 우타르프라데시주의 바라나시를 출발해 마디아프라데시주 인도르까지 운행하며, 노선 안에는 시바신을 기리는 사원이 포함돼 있다. 사람들은 해당 기차칸과 좌석을 찾아 기도를 드리는 등 관심을 보였지만, 일각에서는 지나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인디아 투데이는 신이 탑승한 고속철도의 사진을 공개하며 ”이것을 성전으로 취급해야 하는지, 철도로 취급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통 성전 안에서는 신발을 신을 수 없다. 그렇다면 해당 고속철도를 타는 통근자들도 맨발로 돌아다녀야 하는 것인가. 이것은 매우 중요한 청결 문제“라며 ”객실 내에서는 화재 예방을 위해 향로와 같은 도구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현지의 일부 네티즌은 ”다른 나라는 고속철도를 개통할 때 얼마나 뛰어난 기술이 적용됐는지를 자랑하는데, 인도 철도공사는 시바를 태워 서비스 향상을 약속한다“고 비꼬았다.

인도의 고속철도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숙원 사업 중 하나이며, 모디 총리가 속한 인도 국민당(BJP)은 힌두교 민족주의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성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바신을 새 고속철도에 ‘태운 것’ 역시 이러한 성향과 무관하지 않다는 추측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인도 철도공사는 이번 행사는 새로운 고속철도가 성공적으로 운행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마련한 것이며, 오는 20일 철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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