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은 없다…‘속 다 보이는’ 러 황당 투표함, 역시 ‘황제 푸틴’ 답다 [포착]

지난 10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에서 한 군인이 사전투표에 참여하고 있다. 접히지 않은 투표용지를 투명한 투표함에 넣는 군인의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10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에서 한 군인이 사전투표에 참여하고 있다. 접히지 않은 투표용지를 투명한 투표함에 넣는 군인의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후보로 나선 러시아 대통령선거 투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비밀투표와는 거리가 먼 투표 현장의 모습이 공개됐다.

러시아 대선은 15일(이하 현지시간)부터 러시아 본토와 2014년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 2022는 ‘새 영토’로 편입했다고 주장하는 우크라이나 4개 지역(도네츠크‧루한스크‧자포리자‧헤르손)에서 17일까지 사흘간 시행된다.

투표소를 찾은 유권자들은 자신이 선택한 대통령 후보가 훤히 보이도록 투표용지를 접지도 않은 채 투표함에 넣었다. 투표용지를 담는 투표함도 밖에서 쉽게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있는 투명한 상자였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러시아 벨고로드 지역에서 대통령 선거 조기 투표가 실시된 가운데,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가 투명한 이동식 투표함을 들고 서 있는 모습
지난 11일(현지시간) 러시아 벨고로드 지역에서 대통령 선거 조기 투표가 실시된 가운데,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가 투명한 이동식 투표함을 들고 서 있는 모습
일부 투표소에서는 무장한 군인이 역시 투명한 투표함 옆에 서 있기도 했다. 사실상 ‘공개투표’인 셈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러시아가 ‘노보로시야’(새로운 러시아라는 뜻)라고 부루는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더욱 짙게 감지됐다. 우크라이나와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점령지에서도 투표를 진행하는 만큼, 높은 투표율과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크렘린궁이 임명한 관리들은 대대적으로 조작에 나설 의도가 농후하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점령을 합리화하기 위해서도 높은 득표율이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애국심 보여달라”…우크라인에게 애국 내세워 투표 종용한 푸틴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점령지역 주민들과 러시아 동부지역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한 영상 메시지에서 “우리는 단결해야 하며, 결속력을 가지고 전진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여러분의 모든 투표는 가치와 의미가 있으니, 앞으로 3일 안에 투표권을 행사해 달라”고 밝혔다.

이어 “특히 노보로시야 주민들에게 이번 대선 투표는 애국적인 선택이 분명하다”면서 “‘특수작전’(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컫는 러시아식 표현)에 참여한 사람들도 투표를 할 수 있다. 그들은 모든 러시아인에게 모범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연합뉴스
푸틴 대통령은 점령지에 거주하는 우크라이나인들에게 애국심을 강조하며 투표를 독려하기에 앞서, 러시아 국적을 의미하는 여권 수령을 ‘당근’으로 내놓은 바 있다.

유로뉴스에 따르면, 러시아 내무부는 점령지 주민들에게 러시아 여권을 수령하는 대가로 사회복지 및 의료 등 지역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여권 수령을 거부하는 주민은 7월 1일부터 외국인 또는 무국적자로 간주된다.

영국 국방부는 “점령지 주민들이 러시아 여권을 수령하지 않는다면, 결국 외국으로 추방되거나 구금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황제 즉위식’ 앞둔 푸틴…당선 여부 아닌 득표율에 관심 초점2000년 처음 집권한 뒤 지금까지 4선에 성공한 푸틴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2030년까지 30년을 집권한 러시아 지도자가 된다. 2012년 대통령에 복귀하면서 개헌을 통해 6선도 가능하도록 만든 만큼, 2036년까지 대통령직을 유지한다면 스탈린 서기장의 30년 통치 기록도 넘어서게 된다.
볼고그라드 시민이 지난달 29일 푸틴의 연두회견 방송을 지켜보는 모습. 타스 통신
볼고그라드 시민이 지난달 29일 푸틴의 연두회견 방송을 지켜보는 모습. 타스 통신
‘어차피 대통령은 푸틴’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미 대선 승리는 따 놓은 당상이므로, 현재 푸틴 대통령에게 중요한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점령지 통치권의 정당성을 강화해 줄 득표율이다.

대선 시작 4일을 앞두고 공개된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푸틴 대통령은 사상 최고 득표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친정부 성향인 러시아여론조사센터 브치옴은 “사회문제연구소(EISR) 의뢰를 받아 조사한 결과, 15∼17일 대통령 선거의 투표율은 71%, 푸틴 대통령의 득표율은 82%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2018년 대선의 투표율은 67.5%, 푸틴 대통령의 득표율은 76.7%였다.

송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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