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우! 과학] 북미 야생화 종 알고보니 곤충 잡아먹는 ‘식충식물’로 확인

북미 야생화 종 알고보니 곤충 잡아먹는 ‘식충식물’로 확인
북미 야생화 종 알고보니 곤충 잡아먹는 ‘식충식물’로 확인
북아메리카 도시 근교에서 널리 서식하는 야생화 종이 곤충을 포획해 양분을 흡수하는 식충식물이라는 사실이 과학자들 덕에 140여 년 만에 밝혀졌다.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UBC)와 미국 위스콘신대 매디슨캠퍼스 공동연구진은 웨스턴 폴스 아스포델(western false asphodel)이라는 이름을 가진 야생화 종이 줄기에 난 끈적끈적한 선모로 초파리 등 작은 곤충을 포획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택사목 꽃장포과에 속하는 이 꽃은 북아메리카 대륙의 서해안과 내륙 몬태나주 등에 널리 분포하는 종으로, 늪지나 습지에서 주로 자란다. 밴쿠버 등 주요 도시와 가까운 곳에서 자라는 이 종은 1879년 처음 과학 문헌에 기재됐지만, 지금까지 식충식물이라고는 전혀 생각되지 않았다.

그런데 캐나다 식물학자 숀 그레이엄 UBC 교수팀이 식물유전학에 관한 프로파일 작업 중 이 식물의 유전자에서 식충식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유전적 변이를 발견했다. 이 발견과 함께 이 식물이 자라는 곳은 식충식물이 자라는 조건을 충족한다는 점과 줄기에 점착성이 있고 작은 곤충이 잘 달라붙는다는 점을 추가로 확인한 연구자들은 이 종이 식충식물일 가능성이 있다고 의심하기 시작했다.
연구진이 공개한 사진에서 하얀색 꽃을 피우고 있는 이 식물의 굵은 줄기에는 점착성이 있어 이 부분에 작은 곤충이 붙기 쉽다.

연구진은 이 식물이 식충식물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초파리에게 질소의 안정 동위원소인 질소 15를 흡수하게 해 이 식물의 줄기에 부착하는 실험을 시행했다. 이후 이 식물에 함유된 질소를 분석한 결과 초파리가 흡수한 질소 15가 발견돼 실제로 곤충의 양분을 흡수하는 것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연구진의 추정에 따르면, 이 식물은 질소의 약 64%를 곤충에게서 얻는다.
연구진은 또 이 식물의 줄기에 나 있는 점착성 털이 포스파타아제(인산가수분해효소)라고 하는 소화 효소를 분비한다는 점도 발견했다. 포스파타아제는 다른 식충식물도 사용하는 소화 효소로 먹이가 되는 인이 함유된 양분을 분해한다.

이에 대해 연구논문 주저자인 첸시 린 UBC 연구원은 “이 식물의 특이한 점은 곤충에 의해 꽃가루를 매개하는 꽃 부분 근처에서 먹이를 잡는 것”이라면서 “보통 파리지옥 등의 식충식물은 곤충에 의한 꽃가루 매개를 방해하지 않도록 꽃 부위로부터 먼 곳에 덫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 식물은 줄기의 점착성이 꽃가루 매개에 그리 유익하지 않은 작은 곤충을 잡을 수 있지만, 꽃가루 매개자로 기능하는 꿀벌과 나비 등 큰 곤충은 잡을 수 없어 꽃가루를 매개하지 않는 곤충만을 선별해서 잡는다는 것이다.

연구 책임저자인 그레이엄 교수도 “택사목 식충식물이 발견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으로 이 식물이 설마 육식성일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연구에는 관여하지 않은 미국의 저명한 식물학자로 하버드대의 에런 엘리슨 박사는 “이번 발견은 과학적 사고의 멋진 연쇄 결과”라면서 “기존 식충식물은 특수한 잎으로 벌레를 잡기 때문에 줄기를 이용해 벌레를 잡는 이 식물의 발견은 상당한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자세한 연구 결과는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호에 실렸다.

사진=UBC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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