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 식물 씨앗 어떻게 퍼지나 봤더니…일꾼은 ‘소라게’였다 [핵잼 사이언스]



식물은 광합성을 통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1차 생산자로 지구 생태계를 지탱한다. 우리는 고기를 먹든 밥을 먹든 간에 사실상 식물이 태양 에너지를 이용해서 만든 영양분을 간접 섭취하고 있다. 식물이 없다면 지구상 모든 동물은 살아갈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식물이 1차 생산자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식물은 부족한 영양소를 확보하기 위해 광합성을 하면서도 육식을 한다. 식충식물이 그 대표적 경우다. 그런데 사실 고기 대신 풀을 먹는 식물도 있다. 바로 기생식물이 그 주인공이다.

기생식물은 스스로 광합성을 하는 대신 다른 식물의 줄기와 뿌리에 파고들어 영양분을 가로채는 식물이다. 일부 기생식물은 그래도 일부 광합성 능력이 남아 있지만, 완전 기생식물은 광합성마저 포기하고 아예 전적으로 숙주의 영양분을 가로채며 살아간다. 이 경우 당연히 잎도 엽록소도 필요 없기 때문에 그 외형이 마치 버섯 같은 형태로 변한다. 버섯이 죽은 식물을 선호하는 것과 달리 기생식물은 살아 있는 식물을 선호하는 점에서 차이가 있지만, 처음 보면 그 외형을 구분하기 쉽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이런 기생식물 중 하나인 ‘발라노포라 푼고사’(Balanophora fungosa)는 오키나와 근처의 열대 일본 섬에서 숙주 식물에 기생해 살아간다. 외형은 마치 버섯 같지만, 식물이기 때문에 포자 대신 씨앗으로 번식한다. 그리고 이 씨앗을 퍼트리기 위해 열매도 존재한다.

이 열매는 일반적으로 개미, 귀뚜라미, 바퀴벌레 같은 곤충이 먹은 후 주변으로 씨앗을 뿌린다. 기생식물은 숙주를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큰 열매를 몇 개 만드는 대신 작은 열매를 여러 개 만들어 기생 성공 확률을 높인다. 그런 만큼 보통 중간 매개 동물은 곤충처럼 작은 경우가 많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지금까지 발라노포라 푼고사의 중간 매개 동물을 확인하지 못했다.

일본 고베대학교 식물학자 스에츠구 겐지와 동료들은 카메라와 그물을 이용해서 누가 이 기생식물의 열매를 먹고 씨앗을 옮기는지 조사했다. 연구팀은 처음에 개미를 가장 유력한 후보로 생각했다. 그래서 개미는 통과할 수 있지만, 더 큰 동물을 통과하기 힘든 그물을 설치했다. 그러나 예상외로 개미를 포함해 어떤 동물도 그물을 통과하지 못했다.

이후 연구팀은 카메라를 설치한 후 오랜 시간 주변을 관찰했다. 그 결과 예상치 못한 동물이 다가와 이 기생식물에 단단히 붙어 있는 열매를 떼어 내 먹었다. 그 주인공이 바로 ‘육지 소라게’였다. 소라게는 단단한 집게발로 열매를 하룻밤 사이 다 떼어 내는 모습도 관찰됐다.

소라게는 ‘코에노비타 브레비마누스’(Coenobita brevimanus)라는 종으로 육지 소라게가 기생식물의 씨앗을 옮기는 경우는 이번에 최초로 보고됐다. 육지 소라게가 기생식물의 열매를 먹으면 이 과정에서 일부 열매는 소라게의 몸에 달라붙게 된다. 또 먹은 씨앗 중 일부도 소화관을 통과해 살아남기 때문에 느리게 움직이는 소라게이지만, 씨앗을 섬 곳곳에 널리 퍼트릴 수 있다.

이런 독특한 공생 관계는 섬이라는 특수 환경에서 진화한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전 세계 여러 섬들은 환경 파괴와 외래종 침입으로 인해 고유 생태계 보호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번에 발견된 소라게와 기생식물의 공생처럼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섬세한 생태계를 보존하기 위해서 앞으로 세심한 관리와 검역, 보호가 필요하다.

고든 정 과학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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