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160만㎞’ 속도로 우리은하 벗어나는 이 천체, 정체는

왼쪽은 초신성 폭발한 가상의 백색왜성, 오른쪽은 CWISE J1249의 그래픽 이미지. 사진=W.M. Keck Observatory/Adam Makarenko
왼쪽은 초신성 폭발한 가상의 백색왜성, 오른쪽은 CWISE J1249의 그래픽 이미지. 사진=W.M. Keck Observatory/Adam Makarenko


아마추어 과학자들이 미 항공우주국(NASA) 우주망원경을 사용해 무려 시속 160만㎞로 움직이는 미스터리 천체를 발견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NASA는 우리은하를 벗어나 은하간 공간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천체를 분석한 연구결과가 국제학술지 천체물리학 저널 레터(Astrophysical Journal Letters) 최신호에 발표됐다고 밝혔다.

‘CWISE J124909.08+362116.0’(이하 CWISE J1249)로 명명된 이 천체는 놀랍게도 시속 160만㎞라는 어마어마한 속도로 폭주하며 우리은하의 중력에서 벗어나고 있다. 대부분의 별들이 은하 중심을 공전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인 모습의 천체인 것. 아직 이 천체의 정확한 정체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과학자들은 CWISE J1249가 저질량의 별이거나 갈색왜성일 것으로 보고있다. 갈색왜성(Brown dwarf)은 별(항성)이라고 하기에는 작지만, 행성이라고 하기에는 큰 애매한 천체다. 특히 일반적으로 갈색왜성은 태양질량의 8% 미만의 작은 질량 때문에 중심부에서 안정적인 수소 핵융합 반응을 유지하기 어려워 별이 되지 못한 운명을 갖고있다.

별이 되려다 실패한 갈색왜성이 은하계에 희귀한 존재는 아니지만 CWISE J1249는 우리은하를 탈출해 다른 세계로 움직이기 때문에 특이하다. 또한 여기에 하와이에 있는 W.M.켓천문대(W.M.Keck Observatory)가 수집한 데이터에 따르면 CWISE J1249는 별과 갈색왜성에서 일반적으로 발견되는 철과 다른 금속이 훨씬 적어 우리은하에서 태어난 첫번째 세대일 것으로 추정된다.

갈색왜성의 가상 그래픽 이미지
갈색왜성의 가상 그래픽 이미지


특히 이번 연구결과는 아마추어 과학자 3명의 도움이 절대적이었다. 이들은 태양계 9번째 행성을 찾는 프로젝트인 ‘백야드 월드: 플래닛 9’(Backyard Worlds: Planet 9)의 민간인 참여자들이다. 자원봉사자이자 아마추어 과학자들은 이들은 NASA의 NEOWISE 관측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 힘을 보태왔다. NEOWISE 데이터는 2009년 발사된 NASA의 적외선우주 망원경 WISE(Wide-field Infrared Survey Explorer)가 촬영한 적외선 천체 사진 데이터를 말한다.

이 데이터베이스는 막대한 양의 흑백 사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아마추어 과학자들이 하는 일은 서로 다른 시점에 찍은 사진을 비교해 배경이 되는 멀리 떨어진 별 사이에서 움직이는 점을 찾아내는 것이다. 전문 지식은 필요없지만,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작업이라 아마추어 과학자들의 도움은 절대적이다. 이번 논문의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린 아마추어 과학자인 독일의 마틴 카바트닉은 “흥분 수준을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라면서 “처음에 이 천체가 얼마나 빨리 움직이는지 봤을 때, 이미 학계에 보고됐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CWISE J1249는 어떻게 시속 160만㎞라는 빠른 속도로 우리은하를 탈출하고 있는 것일까? 이에대해 전문가들은 CWISE J1249가 원래는 쌍성계의 일부였으나 다른 별이 초신성이 되면서 바깥쪽으로 튕겨나가면서 빠른 속도로 움직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박종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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