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국민에 “외국인 미남·미녀 조심하라” 경고, 왜?
윤태희 기자
입력 2024 09 05 15:44
수정 2024 09 05 15:44
중국과 서방 국가들이 서로의 첩보 활동을 적발하며 비난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중국은 “미남·미녀 외국인이 간첩(스파이)일 수도 있으니 조심하라”고 경고했다.
4일(현지시간) AFP·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날 중국 방첩기관인 국가안전부(MSS)는 자국 소셜미디어 위챗의 공식 계정을 통해 기밀 또는 민감한 과학연구 자료에 접근 가능한 대학생이나 연구기관 연구원, 컨설팅 회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외국의 ‘잘생긴 남자’나 ‘아름다운 여자’는 스파이일 수 있으니 주의하라고 당부했다.
해당 기관은 외국의 정보기관 요원들이 중국 학생을 표적으로 삼아 유혹하고 침투 활동을 벌인 사실을 발견했다면서, “학생들의 강한 호기심과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는 의지를 악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국가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여겨지는 사안에 단속 조치를 취해 왔으며, 올해에만 여러 번 자국민에게 경고하고 적발한 스파이 활동 사례도 공개했다.
이 기관은 “외국 스파이들은 무수한 위장술을 지녔다. 심지어 성별마저 바꿀 수 있다”고 주장하며, 14억 중국인이 국가에 대한 위협에 맞서 방어선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외국의 스파이들이 시장 조사, 학술 교류라는 명목으로 고소득의 파트타임 일자리를 학생들에게 제안한다. 관심을 표하면, 소셜미디어나 전화, 화상회의 등으로 소위 무료 교육과 지도를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심지어는 친밀하고 사려 깊은 잘생긴 남자나 아름다운 여자로 위장까지 하며, 거짓된 사랑의 감정으로 학생들을 함정에 빠뜨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어느 나라나 어느 기관이 이런 스파이 전술을 전개하고 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앞서 지난달 중국 국가안전부는 외국 스파이를 ‘양의 탈을 쓴 늑대’라며 “선한 사마리아인인 척하는 그들을 조심하라”고 경고했다.
또 지난 6월에는 “영국 해외정보국(MI6)이 중국 중앙국가기관 공무원 부부를 포섭한 중대 스파이 사건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영국과 독일 등 유럽 각국이 중국이 자국 비밀 정보를 캐내기 위해 심어놓은 스파이를 잇달아 적발했다고 발표하며 중국 스파이 경계령을 강화하는 데 대한 ‘맞불성 조치’라는 해석이 나왔다.
지난 5월 독일 연방검찰은 유럽의회 의원 보좌관의 중국 스파이 혐의와 관련해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막시밀리안 크라 의원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크라 의원의 보좌관 지안 궈는 유럽의회 내부정보를 중국 정보기관에 넘기고 독일 내 중국 반체제 인사들을 감시한 혐의로 지난 4월 체포됐다.
또 지난 3일에는 미국 뉴욕주 주지사의 전 비서실 차장이 ‘중국 정부 대리인’으로 활동한 혐의로 미 수사당국에 체포됐다.
AFP는 “수십 년 만에 가장 강력하고 권위적인 중국 지도자인 시진핑 국가주석 치하에서 중국은 외세가 중국의 부상을 막으려 한다는 경고를 강화해왔다”며 “중국과 서방 강대국들은 오랫동안 상대방의 스파이 활동을 비난해왔지만, 최근 들어서야 개별 간첩 사건의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기 시작했다”고 짚었다.
윤태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