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독 반려캣] 경찰서 유치장 앞서 1년 째 강도 주인 기다리는 개
박종익 기자
입력 2019 06 19 09:25
수정 2019 06 19 09:25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주 25데마요 경찰서 주변철창 없는 수감생활을 하고 있는 반려견의 이름은 쉐일라. 충성스런 반려견은 경찰들과도 친해지면서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쉐일라의 주인이 특수강도 혐의로 이 유치장에 수감된 건 지난해 초였다. 쉐일라가 경찰서 밖에서 노숙을 시작한 것도 바로 이때부터였다. 경찰은 처음엔 유기견이 경찰서 주변을 맴도는 줄 알았다. 하지만 유치장에 갇힌 강도가 자신이 견주라고 밝히면서 사연을 알게 됐다.
경찰은 "주인을 이송할 때 쉐일라가 순찰차를 따라온 것 같다"고 말했다. 24시간 경찰서 주변을 떠나지 않고 주인을 기다리는 쉐일라는 곧 경찰들과 친구가 됐다. 이젠 주변을 순찰하는 경찰과 동행하기도 한다. 강도의 반려견이 준 경찰견(?)이 된 셈이다.
경찰들은 쉐일라를 끔찍하게 챙기고 있다. 매일 사료를 주는 건 물론 가끔은 주인과의 면회도 허락하고 있다. 저녁에 유치장에 들어가 주인과 잠을 자도록 한 뒤 아침에 꺼내주는 식이다.
얼마 전 쉐일라는 아찔한 일을 당했다. 잔인하고 사납기로 유명한 맹견 아르헨티나 도고를 길에서 만나 공격을 당한 것. 부상을 당해 바닥에 쓰러진 쉐일라를 가축병원으로 데려간 건 경찰들이었다.
부상이 워낙 심해 쉐일라는 15일 동안 입원치료를 받아야 했다. 경찰들은 십시일반 돈을 걷어 치료비를 지불했다.
경찰들은 "1년 넘게 함께 지내면서 이젠 한 가족이 됐다"면서 쉐일라에 대한 끔찍한 사랑을 감추지 않았다.
카피탈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특수강도 혐의로 기소된 주인은 3년 6개월 징역을 선고받았으나 현재 유치장에서 생활하고 있다. 교도소가 만원이라 유치장에 수감된 것으로 주인은 앞으로 2년가량 더 죗값을 치러야 한다.
쉐일라를 돌보고 있는 경찰서의 부서장 후안 마르티니는 "언젠가는 쉐일라와 헤어질 날이 올 것"이라면서 "실제로 그날이 오면 경찰들이 매우 슬퍼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카피탈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