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피플+] “꿈은 이루어진다”…사상 첫 트랜스젠더 여자프로축구 선수 탄생

경기에 참가한 마라 고메스의 모습(사진 오른쪽). 사진=AP 연합뉴스
경기에 참가한 마라 고메스의 모습(사진 오른쪽). 사진=AP 연합뉴스
브라질과 함께 남미축구의 양대 산맥을 이루는 아르헨티나에서 사상 첫 트랜스젠더 여자프로축구선수가 탄생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트랜스젠더 축구선수 마라 고메스(23, 비야 산카를로스)는 7일(이하 현지시간) 아르헨티나 여자축구 1부 리그 경기에 공식 출전했다.

데뷔전을 치른 뒤 가진 인터뷰에서 고메스는 "꿈을 꾸면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이제야 믿게 됐다"면서 "앞으로 축구선수로서 무제한 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 여자축구 1부 리그는 지난달 30일 공식 개막했다. 2020~2021시즌 2주차를 맞아 고메스가 소속된 클럽 비야 산카를로스는 라누스를 상대로 홈경기를 벌였다. 등번호 7번을 달고 출장한 고메스는 종횡무진 그라운드를 누볐지만 팀은 1대7로 대패했다.
하지만 축구계의 시선은 경기보다 데뷔한 고메스에 쏠렸다. 원정경기에서 대승을 거둔 라누스는 여자축구 1부 리그에 데뷔한 사상 첫 트랜스젠더 선수 고메스에게 등번호 10번이 찍힌 유니폼을 특별 제작해 선물했다.

고메스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일이라 깜짝 놀랐다"면서 "진정한 스포츠 정신이 실감한 것 같아 큰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15살 때부터 축구를 시작한 고메스는 지난달 28일 아르헨티나 축구협회로부터 여자축구리그에 데뷔해도 좋다는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선수등록 행정절차가 늦어지면서 지난달 30일 열린 시즌 첫 경기에는 출전하지 못했다.

여자선수로 등록을 완료하기까진 난관이 많았다. 생물학적으로 남자인 그가 여자선수로 뛰어도 되는가를 놓고 축구계에선 갑론을박이 많았다.

그런 그에게 아르헨티나 축구협회가 데뷔의 길을 열어주기로 한 데는 2012년 제정된 성정체성에 대한 아르헨티나 연방법이 결정적이 역할을 했다.
성정체성에 대한 아르헨티나 연방법에는 생물학적 성을 떠나 개인이 선택한 성정체성을 인정해야 하며, 이로 인한 불이익이 있어선 안된다고 규정돼 있다.

아르헨티나 축구협회는 이 법을 근거로 고메스에게 여자선수 자격을 인정했지만 정기적으로 테스토스테론(남성 성호르몬)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이에 따라 고메스는 매 시즌 개막 직전과 중간에 테스토스테론 검사를 받아야 한다. 그는 "공정을 보장하기 위해 협회가 제시한 조건"이라면서 "전혀 기분 나쁜 일이 아니라 흔쾌히 조건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고메스는 "트랜스젠더가 여자리그에서 뛸 수 있게 된 건 개인의 경사일 뿐 아니라 사회적 사건이라고 본다"면서 "성소수자 사회가 또 하나의 큰 진전을 기록하게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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