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소년 마윈 회장을 도와준 호주 가족…43년의 특별한 인연 [월드피플+]
입력 2023 02 20 09:39
수정 2023 02 20 09:39
두 사람의 특별한 인연은 지난 1980년 여름, 당시 15세였던 마 회장이 외국어 공부를 위해 중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항저우의 유명 관광지인 ‘시후’의 가이드를 자청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몰리 가족들은 1980년 중국과 호주가 우호협정을 맺자 방문단의 일원으로 중국 저장성 항저우를 방문했던 것이었는데, 당시 마 회장은 호주에서 온 몰리 가족과 가이드와 여행객이라는 관계로 첫 인연을 맺었다.
마 회장은 당시 자전거를 타고 항저우 유명 관광지를 이동하며 가이드했고, 마 회장의 열정적인 모습을 인상 깊게 본 켄 몰리는 마윈에게 자신의 아들 데이비드를 소개, 호주로 돌아간 뒤에도 펜팔을 주고받으며 친하게 지냈다. 마 회장은 당시 몰리 가족들과의 첫 만남을 회상할 때마다 “소년 마윈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준 분들”이라고 소개하곤 했을 정도였다.
성인이 된 마 회장은 이후에도 수차례 몰리 가족들의 초청으로 호주를 방문할 계획을 세웠지만, 당시로는 중국인들의 해외 방문이 쉽지 않은 탓에 무려 7차례에 걸쳐 호주 비자 신청에 실패하기도 했다. 이때 몰리 가족들은 마 회장의 호주 방문 비자 신청을 기꺼이 도왔는데, 현지 정부와 주중 호주대사관 사이에서 마 회장의 호주 방문 보증을 서는 등 도움을 자청했다. 이들의 도움으로 마 회장은 1985년 7월 처음으로 호주를 방문하는데 성공했고, 당시 29일간 몰리 가족들과 함께 거주하며 호주 곳곳을 관광하고 현지 영어를 직접 배우고 학습하는데 도움을 받았다.
당시를 회상하며 마 회장은 줄곧 “세상이 그렇게 크다는 것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면서 “중국 밖의 세계를 처음으로 목격하며 인생이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던 시간이었다”고 공개 강연 중에 소개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몰리 가족들은 마 회장의 경제적 사정이 넉넉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그의 학비와 생활비 등을 무려 2년 동안 지원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마 회장이 대학 졸업 후 동문인 장잉 여사와 혼인할 당시에도 아파트 계약금인 2만 2000호주달러(약 1970만 원)를 보내 두 사람의 결혼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마 회장은 당시 호주 가족들과의 인연을 계기로 2017년 2월 3일 호주 NSW주의 뉴캐슬에 위치한 뉴캐슬대학에 2000만 달러(약 179억 원)라는 거액의 기부금을 선뜻 투척했다. 이는 뉴캐슬대가 받은 기부금 중 역대 최대 금액으로 기록돼 국내외에 큰 화제가 됐는데, 이에 대해 마 회장은 “그저 어려울 때 받았던 은혜를 갚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 장학금은 ‘마&몰리’라는 명칭으로 형편이 어려운 이 대학 재학생 90명에게 매년 전달되고 있다.
마 회장은 “몰리 가족들의 초청으로 시작된 호주 방문이 세계를 보는 더 큰 창을 여는 계기가 됐고, 수십년이 흐른 뒤 더 많은 청년들에게 그 창을 열어줄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임지연 통신원 cci200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