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로 남았지만 기차는 없다”…러 정밀 드론, 철도망 마비 노린다
윤태희 기자
입력 2025 10 15 22:00
수정 2025 10 15 22:00
실시간 영상 송신 장비 탑재한 ‘게란’ 드론…기관차 정밀 타격으로 물류 마비 노려
러시아군의 ‘게란’ 드론으로 추정되는 공격용 무인기가 대량 조립되고 있는 공장의 내부 모습. 러시아 국방 채널 ‘즈베즈다 TV’가 최근 공개한 영상 갈무리.
러시아군이 영상 송신 장비를 장착한 정밀형 드론으로 우크라이나 주요 철도망을 집중 타격하고 있다고 AP통신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달 초 자폭 드론 두 대가 북동부 쇼스트카 기차역을 연달아 강타해 71세 남성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객차는 불에 타 찌그러졌고 파편 자국이 곳곳에 남았다.
철도 당국은 “최근 3개월 동안 러시아가 국경 인근 철도를 마비시키려는 공격을 두 배 이상 늘렸다”고 밝혔다.
“기관차만 노린다”…실시간 영상 송신 드론 투입
2025년 10월 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오데사에서 러시아의 공격으로 파괴된 기관차 앞에 한 철도 근로자가 서 있다. 우크라이나 복원·개발 부총리실 제공. AP 연합뉴스
올렉산드르 페르초우스키 우크라이나 국영철도 최고경영자(CEO)는 “러시아가 표적 타격 정밀도가 높아진 샤헤드 계열 드론으로 개별 기관차를 직접 노린다”며 “이제는 단순히 수량이 아니라 공격 방식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군사전문가 세르히 베스크레스트노우는 “러시아가 여름 이후 장거리 드론에 카메라와 무선 송수신 모뎀을 달았다”고 설명했다. “조종사가 실시간으로 영상을 보며 경로를 바꿀 수 있어 명중률이 크게 올랐다”고 덧붙였다.
그는 “기관차는 느리고 노선이 고정돼 특히 취약하다”며 “이 속도로 공격이 계속되면 선로는 멀쩡해도 달릴 기관차가 남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2025년 10월 14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의회에서 열린 기자회견 중 ‘핵무기 반대 연합(UANI)’이 우크라이나에서 확보한 이란제 샤헤드-136 공격용 드론을 공개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국방부 관계자도 “회수된 게란형 드론 일부에서 민수용 카메라와 무선 모뎀이 발견됐다”며 “러시아가 새 기술을 실험하며 개량형 모델을 계속 시험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게란은 이란산 ‘샤헤드’ 드론의 러시아형 개조 모델이다.
철도는 국가 물류의 63%…공습에도 운행 유지
러시아군의 드론 공격으로 파손된 여객열차가 2025년 10월 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미주 쇼스트카 철도역에 정차해 있다. 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철도는 국가 화물의 63%, 여객의 37%를 담당한다. 곡물과 금속 수출, 군수 보급로로도 핵심이다.
정부는 8월 이후 철도 관련 시설이 300회 넘게 공격받았다고 밝혔다. 주당 10건꼴이다.
공습과 사이버 공격이 이어지지만 수리팀은 “하루 복구”를 목표로 움직인다.
키이우 복구반장 막심 셰브추크(30)는 “미사일로 선로 12m가 날아갔지만 반나절 만에 복구했다”고 말했다.
국가통계청은 올해 1∼8월 화물 운송량이 전년보다 11.7%, 여객 운송은 4.2% 줄었다고 밝혔다. 다만 “피해는 제한적이며 신속 복구 덕분에 운행 차질은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경제전략센터의 나탈리아 콜레스니첸코 수석 전문가는 “피해는 분명하지만 경제 전반의 충격은 아직 작다”며 “빠른 복구와 노선 우회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페르초우스키 CEO는 “우리는 국민과 적 모두에게 이 공격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윤태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