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또 ‘즉흥 결정’?…백악관도 몰랐던 ‘50년 주담대’

충성파 펄티 청장 보고 직후 SNS에 정책 이미지 게시…전문가 “공급난 외면한 미봉책”

thumbnail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11월 10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세르히오 고르 주인도 대사 취임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11월 10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세르히오 고르 주인도 대사 취임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참모들과 상의 없이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모기지·주담대) 구상을 전격 공개해 파장이 커지고 있다.

대통령의 측근으로 꼽히는 빌 펄티 연방주택금융청(FHFA) 청장이 직접 보고한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곧바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1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8일 트루스소셜에 50년 주담대를 상징하는 이미지를 게시하자 백악관 참모들이 항의 전화를 받았다”며 “대출 만기를 늘리는 발상 자체가 잘못됐다는 지적이 쏟아졌다”고 보도했다.

루스벨트와 나란히 놓은 ‘50년 주담대’ 이미지
thumbnail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일(현지시간)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게시한 이미지.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의 ‘30년 주담대’와 자신을 나란히 배치해 ‘50년 주담대’를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통해 초장기 대출 제도를 ‘새로운 주택 정책’으로 암시했다. 트루스소셜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일(현지시간)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게시한 이미지.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의 ‘30년 주담대’와 자신을 나란히 배치해 ‘50년 주담대’를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통해 초장기 대출 제도를 ‘새로운 주택 정책’으로 암시했다. 트루스소셜 캡처


트럼프 대통령이 올린 이미지는 ‘위대한 미국 대통령들’이라는 제목 아래 두 장의 사진이 나란히 배치됐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 사진에는 ‘30년 모기지’, 트럼프 대통령 사진에는 ‘50년 주담대’라는 문구가 적혔다. 루스벨트가 1930년대 도입한 장기 대출 제도를 자신이 계승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셈이다.

그러나 백악관 참모들은 아무런 사전 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한다.

상환 기간이 길어질수록 월 부담은 줄지만 그만큼 주택 수요가 늘어 집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펄티 청장 직보 뒤 10분 만에 게시
thumbnail - 빌 펄티 연방주택금융청(FHFA) 청장 지명자가 지난 2월 27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연방의회 상원 은행·주택·도시위원회 인준 청문회에서 증언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빌 펄티 연방주택금융청(FHFA) 청장 지명자가 지난 2월 27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연방의회 상원 은행·주택·도시위원회 인준 청문회에서 증언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폴리티코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올린 이미지는 펄티 청장이 직접 보고한 포스터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고를 받은 지 10분 만에 이를 SNS에 게시했다.

백악관 관계자는 “대통령에게 올라가는 보고는 검증 절차를 거치는 것이 원칙이지만 펄티는 종종 그 과정을 생략한다”고 말했다.

펄티 청장은 대형 주택건설업체 펄티그룹 창립자의 손자이자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후원자로, 취임 이후 두터운 신임을 받아왔다.

전문가 “근본 해결책 아냐”전문가들은 이번 구상이 주택 공급 부족이라는 근본 문제를 외면한 미봉책이라고 비판했다.

SMBC 닛코증권 아메리카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트로이 러트카는 “지금 필요한 것은 대출 조건 변화가 아니라 공급 확대”라고 강조했다.

TD증권의 미국 금리전략 책임자 게나디 골드버그는 “50년 주담대는 초기 상환금 대부분이 이자로 빠져 자산 형성이 늦어진다”며 “단기 처방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소비자연맹(CFA) 샤론 코넬리센 주택국장은 “월 상환금은 줄어도 주택을 통한 부 축적은 어렵다”고 경고했다.

“퇴직 후에도 빚 남는다” 우려 확산
thumbnail - 2022년 3월 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의 한 주택 앞에 ‘매물 안내’ 표지가 세워져 있다. 미국 주택시장에서는 초장기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제도 도입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AP 연합뉴스
2022년 3월 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의 한 주택 앞에 ‘매물 안내’ 표지가 세워져 있다. 미국 주택시장에서는 초장기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제도 도입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AP 연합뉴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미국에서 첫 주택을 사는 사람의 평균 나이는 40세로 사상 최고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50년 주담대를 선택하면 90세가 되어서야 대출을 마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데이비드 리스 코넬대 로스쿨 교수 겸 부동산 금융 연구원은 “은퇴 전에 주담대를 상환해야 한다는 게 재무 원칙”이라며 “이번 구상은 그 안정성을 흔들 수 있다”고 말했다.

NAR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로런스 윤은 “차입자가 실질적인 자산을 쌓는 시점이 대출 마지막 10년으로 늦춰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매달 내는 돈 줄어든다” 해명에도 논란 계속
thumbnail -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발언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50년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은 매달 부담을 줄이는 방안”이라며 자신의 구상을 옹호했다. 폭스뉴스 캡처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발언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50년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은 매달 부담을 줄이는 방안”이라며 자신의 구상을 옹호했다. 폭스뉴스 캡처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50년 주담대는 단지 매달 내는 돈이 줄어든다는 뜻”이라며 “큰 변화는 아니고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금융 전문가들은 “이자 부담이 커져 오히려 소비 여력을 줄일 수 있다”고 반박했다.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서민의 주택 구매 부담을 덜 방법을 항상 모색하고 있다”며 “공식 정책은 백악관을 통해 발표될 것”이라고 밝혔다.

즉흥적 결정, 백악관 운영 체계 흔들폴리티코는 “이번 사안은 주요 정책이 얼마나 즉흥적으로 대통령에게 제안되는지를 보여준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스러운 통치 방식이 언제든 역풍을 부를 수 있음을 드러냈다”고 평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모기지 기관의 규정을 바꾸려면 의회 승인 절차가 필요하다”며 “시장 안정성을 흔드는 성급한 실험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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