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진단에 전 재산 털어 남극으로…새 따라 30개국 누비며 ‘제2의 인생’사는 사진사 [여기는 중국]
입력 2026 10 06 13:55
수정 2026 10 06 13:55
은퇴 전 암 진단을 받고 전 재산을 털어 남극으로 떠난 중국 여성이 삶의 의욕을 되찾아 67세인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새를 촬영하고 있다. 지무신문 캡처
은퇴를 앞두고 암 진단을 받은 중국 여성이 모아둔 돈을 모두 털어 남극으로 떠났다. 눈보라 속에서 펭귄을 기다리던 그는 사진을 찍는 기쁨을 느꼈고, 이후 10여년간 세계 30여개국을 누비며 1200종이 넘는 조류를 카메라에 담았다. 올해 67세가 된 지금도 그의 일정표에는 다음 여행이 잡혀 있다.
6일 중국 윈난방송에 따르면 조류 생태사진가 왕잉은 2013년 퇴직을 앞두고 갑상선암을 진단받았다. 당시 윈난성 쿤밍의 한 학교에서 일하던 그는 낙담 끝에 평소와 다른 결정을 내렸다. 비용을 따지지 않고 남극에 가보기로 한 것이다.
한 달 일정에 들어간 돈은 15만위안(약 3000만원). 당시 모아둔 돈을 모두 써야 하는 여행이었다. 긴 항해와 흔들리는 배, 매서운 추위까지 감수해야 했지만 왕잉에게는 꼭 찍고 싶은 장면이 있었다. 어미 펭귄이 돌아와 새끼에게 먹이를 주는 모습이었다.
눈이 내리고 바람이 거세게 불어도 그는 카메라 앞을 떠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이 자리를 뜬 뒤에도 기다린 끝에 마침내 원하던 장면을 담았다.
왕잉은 “다들 돌아갔는데 나 혼자 남아 계속 기다려서 결국 찍었다. 정말 기뻤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귀국 후에는 곧바로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았다. 왕잉에 따르면 의료진은 종양이 이전보다 작아졌다며 당장 수술하기보다 경과를 지켜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살아갈 희망을 얻었다. 그 여행을 다녀온 뒤 다시 살아난 것 같았다”고 말했다.
왕잉에게 사진은 암 진단 이후 갑자기 생긴 취미가 아니었다. 중국부녀망의 과거 인터뷰를 보면, 그는 근무하던 학교의 행사 사진을 찍으며 사진을 익혔다. 이후 사진 교육을 받고 전문 장비를 마련하면서 야생동물을 찾아다녔고, 점차 새들의 생태에 빠져들었다.
직장에 다닐 때는 금요일 밤 장거리 버스를 타고 촬영지로 떠나 일요일 밤에 돌아오곤 했다. 새를 찍은 뒤에는 책과 인터넷으로 이름을 찾았고, 울음소리를 녹음하거나 매일 촬영 일지를 쓰며 기록을 쌓았다.
은퇴 후에는 더 멀리, 더 오래 새를 찾아다녔다. 중국 곳곳은 물론 해외 30여개국을 방문했고, 지금까지 촬영한 새는 1200종에 육박한다. 중국사진가협회 회원인 그는 국가 지원 연구의 촬영과 조류 조사에도 참여해 왔다.
지금도 한 해의 절반 이상을 카메라를 메고 밖에서 보낸다. 모은 돈의 상당 부분은 카메라와 망원렌즈 등 촬영 장비에 들어간다. 남극에서 돌아온 뒤 시작된 여행은 67세가 된 올해도 끝나지 않았다. 왕잉은 이미 올해와 내년 일정까지 예약했다며 미국과 페루, 아프리카를 다음 목적지로 꼽았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삶에 좋은 약은 자유인 것 같다”, “한 번쯤은 자신을 위해 살아보는 것도 좋다”, “역시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가장 건강해지는 길”이라며 응원을 보냈다.
이민정 중국 통신원 ymj0242@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