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 군부대 부지에서 발굴된 유해 8점…반세기 만에 독재정권 실종자로 확인 [여기는 남미]
입력 2026 10 26 15:59
수정 2026 10 26 15:59
이번에 유해가 발견돼 신원까지 확인된 실종자 8명의 사진. 아르헨티나 법의인류학 팀
아르헨티나 군부 독재정권 시절 불법으로 구금된 후 생사가 확인되지 않았던 청년 실종자들의 유해가 군부대 부지에서 무더기로 발견됐다. 불법 구금·실종 사건이 발생한 지 반세기 만이다.
25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언론에 따르면 비정부기구(NGO) ‘아르헨티나 법의인류학 팀’(EAAF)은 코르도바주 군부대 부지에서 수습한 유해 8점의 신원이 유전자(DNA) 검사를 통해 군부 독재 시절 실종된 청년들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뒤늦게 사망이 공식 확인된 피해자는 남자 4명과 여자 4명 등으로 실종 당시 나이는 20~34세였다.
유해가 발굴된 곳은 아르헨티나 군부 독재정권(1976~1983년)이 운영한 불법 구금시설 ‘라페를라’의 인근이다. 군부 독재정권은 부에노스아이레스 외 지방 곳곳에도 불법 구금시설을 설치해 운영했다. 라페를라는 당시 지방의 불법 구금시설로는 최대 규모로 2200~2500명이 구금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은 “당시 군부가 불법으로 체포해 구금했던 반정부 인사들을 무단으로 처형한 후 시신을 매장했다는 또 다른 증거가 나온 것”이라고 보도했다. 생사가 확인되지 않아 실종자로 처리됐던 8명은 노동운동가, 학생운동가, 공산당 당원 등으로 활동해 당시 아르헨티나 군부 독재정권이 눈엣가시처럼 여겼던 반정부 인사들이었다.
1976년 8월 13일 불법으로 체포된 후 행방과 생사 확인이 불가능했던 여자 피해자 세실리아 아빌라(당시 27세)의 언니는 “동생의 유해가 발견됨에 따라 이제 실종을 입증할 법적 필요성은 사라졌지만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역사적 사건”이라면서 “군부 독재정권 때 청년들이 무슨 일을 겪었는지 다음 세대에 알리는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피해자 카를로스 술리에르의 아들은 이번 유해 발굴과 신원 확인에 대해 “공동체 전체가 함께 이뤄 낸 성과”라면서 “아직도 사망이 공식 확인되지 않아 실종 상태인 모든 피해자들의 유해를 찾을 때까지 공동체적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의 부친은 23살 때였던 1976년 8월 15일 불법 체포된 후 연락이 끊겨 그간 생사 확인이 불가능했다. 당시 5개월이었던 그의 아들은 아버지와 함께 구금됐다가 풀려나 친인척의 손에 자랐다.
1976년 3월 쿠데타로 집권한 아르헨티나 군부 독재정권은 좌익 게릴라와 반정부 세력을 척결해야 한다면서 반정부 인사들을 불법으로 잡아들여 구금, 고문, 살해 등을 자행했다. 이른바 ‘더러운 전쟁’이다. 피해자는 최대 3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아직 사망이 공식 확인되지 않아 실종자 신분이다.
1984년 결성된 비정부기구 ‘아르헨티나 법의인류학 팀’은 실종자 행방을 추적하고 있다. 불법 구금시설이 설치됐던 장소의 당시와 지금의 위성사진을 비교해 시신이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은 곳을 가려내고 당국의 허가를 받아 발굴 작업을 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법의인류학 팀’은 지금까지 이런 방법으로 실종자 유해 38점을 발굴하고 DNA 검사를 통해 신원을 확인했다.
관계자는 “실종자 암매장지를 찾기 위한 분석을 계속하고 있다”면서 “실종자 마지막 1명을 찾을 때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석훈 남미 통신원 juanlimmx@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