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는 샀는데 회사가 사라졌다?…中 ‘전기차 신화’의 그늘 [여기는 중국]
입력 2026 10 26 15:59
수정 2026 10 26 15:59
중국에서 제조사가 사라진 전기차 차주들이 부품 조달이나 정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choose auto 캡처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경영난으로 잇따라 문을 닫거나 운영을 중단하면서 차주들이 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장이 나도 맡길 정비소를 찾기 어렵고, 새 부품을 구하지 못해 폐차에서 떼어낸 중고 부품에 의존하는 경우도 생겼다.
24일 중국 환치우망은 제조사의 파산이나 생산·서비스 중단으로 사후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신에너지차가 수십만 대에 이른다고 전했다. 앞서 펑파이신문은 올해 5월까지 파산·청산 절차에 들어가거나 사실상 운영을 멈춘 중국 신에너지차 업체가 23곳이며, 이들 업체의 누적 판매량은 약 85만대라고 보도했다.
중국에서는 제조사의 지원이 끊긴 차량을 ‘고아차’라고 부른다. 한때 대규모 투자를 받으며 주목받던 업체들이 멈춰 서자, 이미 차를 구매한 소비자들이 정비와 부품 조달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웨이마와 네타, 하이파이 등의 차량에서는 교체 부품을 구하기 어려운 사례가 보고됐다. 고장이나 사고로 수리가 필요해도 새 부품이 없어 다른 차량에서 떼어낸 부품을 찾아야 한다. 이마저 언제 구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어 수리 일정도 잡기 어렵다.
전기차주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의 관심사도 달라졌다. 주행거리나 첨단 운전자 보조 기능보다 “어느 정비소에서 이 차를 고칠 수 있느냐”, “믿을 만한 부품은 어디서 구하느냐”가 더 시급한 질문이 됐다.
중국의 자동차 판매 관리 규정은 공급업체가 생산이나 판매를 중단한 차종을 공개하고, 이후 최소 10년간 부품과 사후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업체가 경영난으로 운영을 멈추면 차주들이 이런 보장을 받기는 쉽지 않다.
부품 구해도 수리 못 한다…제조사 인증에 막힌 정비부품을 구한다고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전기차는 배터리와 구동모터, 전자제어장치가 서로 연결돼 있어 고장 원인을 확인하거나 교체 부품을 작동시키는 데 제조사의 전용 장비와 인증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인증업체 한 관계자는 일부 제조사가 배터리 관리 시스템을 암호화해 외부 정비업체의 접근을 제한한다고 설명했다. 전용 진단 장비나 인증키가 없으면 고장 정보를 읽지 못하거나, 부품을 교체해도 차량 시스템에 이를 인식시키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연기관차는 오랜 기간 형성된 부품 유통망과 독립 정비업체를 통해 대체 부품이나 중고품으로 수리할 여지가 있다. 반면 제조사의 기술 지원에 의존하는 전기차는 공식 서비스망이 끊기면 외부 정비소에서도 수리를 맡기 어렵다.
잦은 배터리 설계 변경도 부품 부족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광둥성 사회정책연구회 관계자는 일부 업체가 비용 변화에 따라 한 해에도 여러 차례 배터리 구성을 바꾼다고 설명했다. 새 모델 생산에 맞춰 설비를 전환하는 과정에서 이전 차량에 쓰이던 배터리 모듈과 관련 부품의 생산이 함께 중단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식 서비스센터를 찾지 못한 차주들은 온라인 쇼핑몰과 중고 거래망을 뒤져야 한다. 필요한 부품이 드물고 구할 수 있는 곳도 제한돼 비용 부담까지 커진다.
전문 정비 인력도 부족하다. 전기차 배터리를 수리하려면 고전압 작업에 따른 감전 위험 등에 대비해야 한다. 기존의 기계 정비 기술뿐 아니라 배터리와 전자제어 시스템에 대한 지식, 전용 진단 장비를 다루는 능력도 필요하다.
업계에서는 직업교육기관과 정비업체가 협력해 배터리·구동계 진단과 고전압 안전 등 실무교육을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중국 당국도 사후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한 제도 보완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이미 제조사의 지원이 끊긴 차주들은 당장 차를 고칠 정비소와 부품부터 직접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민정 중국 통신원 ymj0242@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