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우! 과학] 적이 침입하면 자폭하는 ‘자살폭탄 개미’ 발견
윤태희 기자
입력 2018 04 20 13:45
수정 2018 04 20 13:45
적이 둥지에 침입하면 자기 몸을 폭발해 독성이 있는 끈적한 체액을 뿌려 적을 물리치는 신종 개미를 생물학자들이 발견했다.
오스트리아 빈자연사박물관 등 국제 연구진은 말레이제도 보르네오섬에서 최근 새롭게 발견된 이른바 ‘자살폭탄 개미’로 불리는 폭발하는 개미에 관한 연구논문을 국제저명학술지 주키스(ZooKeys) 최신호에 발표했다.
자살폭탄 개미는 여왕개미와 종족을 위해 먹이를 구하고 저장하는 계급이 낮은 일개미가 거미와 같은 적이 둥지에 침입했을 때 자기 몸을 폭발하는 희생을 통해 적을 죽이거나 다치게 해 둥지를 지키는 역할을 하는 특정 개미 종을 말한다.
이번에 발견된 신종 자살폭탄 개미는 둥지에 침입자가 들어와 위협을 느끼면 복부에 있는 근육을 격렬하게 수축한다. 이는 외피가 찢어져 몸이 폭발할 때까지 계속하는 것이다.
이런 폭발로 해당 일개미는 즉사하게 되며 이때 독성이 있는 끈적한 노란색 체액이 적에게 뿌려진다. 이 액체는 개미 턱 뒤에 있는 분비 기관에서 생성된다.
연구자들은 인도 커리를 떠올릴 정도로 노란 이 체액은 독성이 있어 적을 죽이거나 다치게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에 따라 연구자들은 이 개미를 편이상 ‘옐로우 구’(yellow goo)라고 불리기도 했다.
게다가 이들 일개미는 죽을 때 턱으로 적의 몸통을 물어 움직이지 못하게 한다. 그리고 크고 네모진 머리를 가진 병정개미들이 약해지거나 죽은 적을 죽은 개미와 함께 나무 위에 있는 둥지에서 밖으로 떨어뜨린다.
보통 개미들 역시 턱 뒤에 화학물질을 분비하는 기관이 있지만, 이들 개미는 이 기관이 크게 발달해 거기서 나오는 분비물이 몸 대부분을 채우고 있다.
연구자들은 이런 행동을 보이는 개미 종에게 ‘콜로브피스 익스플로덴스’(Colobpis explodens)라는 학명을 붙였다.
연구진은 이 개미가 최근 보르네오섬에서 발견한 신종 폭발 개미 15종 가운데 1종이라고 밝혔다.
폭발 개미는 1916년 처음 문헌에 기록되기 시작해 1935년 이후로 발견되지 않았다. 일부 흰개미도 폭발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둥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일대일 상황일 때만 폭발하므로 이들 개미와는 다르다.
연구진은 콜로브피스 익스플로덴스라는 폭발 개미가 폭발 개미 그룹에서 대표 격인 ‘모델 종’(model species)이 된다면서 이는 이 개미가 앞으로 폭발 개미에 관한 연구에서 중요한 이정표가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연구진은 앞으로 이들 개미의 행동과 화학적 프로파일을 분석하고 미생물학, 해부학, 그리고 진화학에 관한 추가 연구를 진행해 발표할 계획이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