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우! 과학] 공룡도 ‘암’에 걸렸다…골육종 흔적 최초 확인
송현서 기자
입력 2020 08 04 15:18
수정 2020 08 04 15:18
캐나다 온타리오의 맥마스터대학 연구진은 7600만~7700만 년 전 지구상에 서식했던 공룡인 센트로사우루스의 화석을 분석했다. 센트로사우루스는 코 위에 뿔이 앞쪽을 향해 날카롭게 뻗어있고, 눈 위에도 작은 뿔을 가진 공룡이다.
이 화석은 1989년 캐나다 앨버타에서 발견된 것으로, 당시 과학자들은 뼈의 끝부분에서 보이는 기형적인 형태가 부러졌다 다시 회복되는 과정에서 생긴 것으로 판단했다.
뼈에서 주로 발생하는 악성 종양인 골육종은 주로 10~30대의 젊은 연령층에서 잘 나타나는 공격적인 암이다. 보통 긴 뼈의 말단부위나 무릎 부위에 흔히 발생하고, 주변 조직으로 전이되는 경우가 많다. 연구진은 센트로사우루스 역시 현대 인류와 유사한 과정으로 골육종을 앓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진은 “병리학, 방사선학, 정형의과학, 고생물병리학 등을 동원해 화석을 분석했다. 여기에 CT 스캐닝과 화석의 단면을 현미경으로 분석하는 과정 등을 거쳤다. 마지막으로 3D 모델링을 통해 뿔의 변형된 형태를 분석한 결과 명확한 골육종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또 다른 센트로사우루스의 정강이뼈 화석과 비교했을 때 확연히 다른 형태를 볼 수 있었고, 골육종에 걸린 것으로 추정되는 센트로사우루스의 정강이뼈 형태가 골육종 진단을 받은 19세 환자의 정강이뼈와 유사하다는 것도 확인했다.
연구에 참여한 맥마스터의과대학 정형외과 레지던트인 세퍼 에크티아리는 “골육종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하는데 사용되는 여러 학과의 협조가 최초의 공룡 골육종 진단에 활용된 것은 매우 흥미롭고 고무적인 일”이라면서 “이번 발견은 동물계 전체에 걸쳐 공통적인 생물학적 연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해준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인간에게서 나타나는 여러 질병과 과거에 존재했던 질병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다면, 현대의 과학자들이 질병의 진화와 유전학을 이해하고 더 나아가 치료법을 찾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