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 침입종 개미 물리치는 호주 토종 개미의 비결 [핵잼 사이언스]
입력 2023 09 16 16:57
수정 2023 09 16 16:57
이런 외래 침입종 중에 하나가 개미다. 개미는 지구 어디든 존재하지만, 일부 개미들은 다른 토착 개미와 곤충을 밀어내고 사람까지 공격해서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런 외래 침입종 개미 중 하나가 아르헨티나 개미(학명·Linepithema humile)다.
몇 년 전 부산에서도 발견되어 긴급 방제에 나섰던 아르헨티나 개미는 작은 크기에도 불구하고 매우 공격적인 성향과 수적 우세를 통해 토착 개미와 다른 곤충을 밀어내고 생태계를 장악한다. 이들은 엄청난 숫자의 잘 조직된 군집을 이루는 것으로 유명하다. 따라서 더 큰 개미나 곤충도 아르헨티나 개미 군대의 공격에 무력하게 무너진다.
하지만 모든 토착 개미가 아르헨티나 개미 같은 외래종의 침입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것은 아니다. 호주에 사는 대형 개미인 호주 고기 개미(학명·Iridomyrmex purpureus)는 자신이 사는 환경에서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아르헨티나 개미의 공격을 물리치고 호주 본토를 사수하고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개미는 상대를 쉽게 포위해서 공격할 수 있는 탁 트인 환경에서 이길 가능성이 높았다. 반면 터널이나 거친 지형에서 상대와 1:1로 마주칠 경우 호주 고기 개미가 큰 덩치를 이용해 이길 가능성이 높았다. 결국 평탄하지 않은 지형에서는 숫자가 적어도 몸집은 훨씬 큰 호주 고기 개미가 유리한 셈이다. 복잡한 지형일수록 작은 개미보다 큰 개미가 이동하기 편리한 점도 유리한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연구팀은 시뮬레이션과 실제 모의 환경에서의 개미 전쟁을 통해 이를 검증했다.
아무리 강력한 외래 침입종이라도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누리는 토착종은 밀어내지 못하는 경우는 종종 볼 수 있다. 따라서 토착종이 서식하기 좋은 환경은 최대한 보존해야 외래 침입종의 공격에서 토착 고유종을 보호할 수 있다. 이 연구는 생태 보호 구역의 설정과 균형 잡힌 개발이 중요한 이유를 보여준다.
고든 정 과학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