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성, 모태 솔로 아니다? “달 있었는데 파괴됐다” 주장 [우주를 보다]
입력 2026 09 14 14:57
수정 2026 09 14 14:57
금성은 태양계에서 지구와 가장 비슷한 크기와 질량을 지닌 형제 행성이다. 반지름은 지구의 약 95%, 질량은 약 81%로 ‘지구의 쌍둥이’라고 불릴 만하다. 하지만 표면 환경은 완전히 다르다. 대기의 96.5%가 이산화탄소로 이루어져 있고, 기압은 지구의 약 90배에 달한다. 강력한 온실 효과 때문에 표면 평균 온도가 약 470도에 이르러 납도 녹일 수 있는 지옥 같은 행성이다.
금성의 하루는 243일, 1년은 225일로, 하루가 1년보다 더 길다. 게다가 지구와 반대 방향으로 자전한다. 과학자들은 왜 금성의 자전 방향과 속도가 다른 행성들과 이렇게 다른지 오랫동안 논쟁해 왔다. 가장 유력한 가설은 금성이 초기에 다른 원시 행성과 크게 충돌하면서 자전 방향과 속도가 크게 바뀌었다는 것이다.
지구가 상대적으로 큰 달을 갖게 된 이유도 비슷한 대충돌 때문이다. 원시 지구가 화성 정도 크기의 원시 행성 테이아(Theia)와 충돌했을 때, 튀어나간 물질이 모여 달이 됐다는 설명이 현재 표준 이론이다. 그렇다면 금성도 비슷한 대충돌을 겪었다면 한때 지구처럼 큰 위성을 가졌을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문제는 금성에는 지금 위성이 없다는 점이다. 처음부터 위성이 없었는지, 아니면 한때 있었지만 사라졌는지를 두고 과학자들 사이에서 의견이 갈린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리버사이드 캠퍼스의 스티븐 R. 케인 연구팀은 이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금성의 초기 자전 속도, 가상의 위성 질량, 궤도 거리, 내부 조석 마찰 등 다양한 조건을 입력해 “만약 금성에 달과 비슷한 위성이 있었다면 지금은 어떻게 됐을까?”를 조사했다.
연구 결과, 대부분의 시나리오에서 위성은 살아남지 못했다. 특히 금성의 초기 자전 주기가 대략 15시간보다 길거나, 위성 질량이 달보다 2배 이상 무거웠을 경우, 위성이 처음에는 바깥으로 이동하다가 결국 궤도가 역전되어 안쪽으로 나선 운동을 하게 된다. 결국 로슈 한계(행성의 조석력이 위성의 자체 중력을 이겨 위성을 산산조각 내는 거리)에 도달해 파괴된다. 파괴까지 걸리는 시간은 조건에 따라 약 3000만년에서 17억년까지 다양했다. 위성은 부서진 뒤 잠시 고리 형태로 존재하다가 결국 금성 표면으로 떨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연구는 금성에 실제로 위성이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지는 않는다. 다만 “있었다면 왜 지금은 없는가?”에 대한 자연스러운 설명을 제시한다. 별도의 재앙 없이도 조석 진화만으로 위성이 사라지고, 금성이 현재처럼 느리게 자전하는 상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이웃 행성 화성의 위성에 대해서는 과학자들이 훨씬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화성의 두 위성 중 특히 포보스는 이미 화성의 동기 궤도 안쪽에서 돌고 있어 점점 화성 쪽으로 접근하고 있다. 앞으로 대략 수천만 년 안에 로슈 한계에 도달해 산산조각 나고, 일시적으로 고리를 만들었다가 화성 표면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평생 함께 할 것 같은 행성의 위성도 사실 영원한 짝은 아닌 셈이다.
고든 정 과학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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