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 궤도로 진입하는 탐사선 ‘베피콜롬보’…수성의 미스터리 밝힌다 [우주를 보다]
입력 2026 09 10 15:22
수정 2026 09 10 15:22
태양계 가장 안쪽에 있는 수성은 8개 행성 중에 가장 작지만, 생각보다 접근하기 힘든 행성이다. 직선거리로 따지면 사실 명왕성보다 훨씬 가까운데 지구에서 발사한 탐사선이 수성까지 도달하려면 역설적으로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근 수성 궤도로 진입을 시도하고 있는 유럽우주국(ESA)과 일본 우주 항공 연구개발기구(JAXA) 합작 수성 탐사선인 ‘베피콜롬보’(BepiColombo)는 목적지까지 도달하는 데 무려 8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명왕성 탐사선 뉴 호라이즌스호가 목적지까지 도달하는 데 9년이 걸린 것과 거의 맞먹는 시간이다.
수성에 접근하기 힘든 이유는 태양을 기준으로 우주선의 속도를 감속해서 공전 궤도를 좁혀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태양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속도가 빨라지면서 약한 중력을 지닌 수성을 스쳐 지나가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수성 궤도를 도는 인공위성이 되기 위해서는 감속을 위해 막대한 연료가 필요하다.
베피콜롬보는 두 가지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첫 번째는 고효율의 이온 엔진을 탑재한 수송 모듈인 ‘MTM’(Mercury Transfer Module)이다. 태양광 패널에서 나온 전기를 이용한 이온 추진 로켓은 화학 로켓보다 효율이 훨씬 우수해서 상대적으로 적은 연료로도 같은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두 번째 방법은 행성의 중력을 이용해서 브레이크를 거는 것이다. 이를 위해 베피콜롬보는 지구에 1회, 금성에 2회, 수성에 6회 접근해 행성의 중력으로 속도를 감속한다. 이것이 수성까지 가는 데 무려 8년이라는 긴 세월이 필요했던 이유다.
현재 베피콜롬보는 수성 궤도에 가까이 다가가 궤도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3일 MTM 모듈과 탐사선이 분리되었으며 11월 21일에는 수성 궤도에 본격 진입해 수성의 인공위성이 될 예정이다. 하지만 베피콜롬보의 분리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사실 베피콜롬보는 수송 모듈을 제외해도 두 개의 탐사선으로 되어 있다. 일본 우주 항공 개발기구가 만든 Mio/MMO(Mercury Magnetospheric Orbiter)와 유럽 우주국이 만든 MPO(Mercury Planetary Orbiter)가 그것이다. 전자는 긴 타원 궤도(590×1만 1640㎞)를 돌며 수성을 감싸는 우주 공간의 자기권과 태양풍을 조사하고 후자는 수성에 가까운 낮은 궤도(480×1500㎞)를 돌며 수성 표면 및 내부를 자세히 조사한다.
이렇게 두 개의 탐사선을 이용해 과학자들은 한 번에 여러 가지 정보를 수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실 수성은 아직 풀리지 않은 여러 가지 미스터리를 다수 간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수성은 지름의 70%에 달하는 비정상적으로 큰 금속 핵을 지니고 있어 작은 크기에도 밀도는 지구와 비슷한 수준이다. 그 이유는 명확하지 않으나 충돌설 등이 제시되어 왔다. 베피콜롬보가 이에 대한 결정적인 답을 제시할지도 모른다.
또 수성 표면 온도는 낮 동안 430도까지 치솟지만, 극지방 크레이터 내부에는 태양빛이 전혀 들지 않는 영구 음영 구역도 존재한다. 베피콜롬보의 레이저 고도계(BELA)와 중성자 분광계(MGNS)를 이용해 이 지역을 관측하면 실제 물이 얼음 형태로 존재하는지, 그리고 이곳에 유기물이 존재하는지 알아낼 수 있다. 만약 얼음이 존재한다면 태양계 초기 환경을 간직한 수십억 년 전 얼음일 가능성이 높아 앞으로 중요한 탐사 목표가 될 것이다.
베피콜롬보의 두 탐사선은 오는 12월 10일 분리돼 각자의 임무 궤도로 진입한 뒤 2028년 상반기에 임무를 완수하고 2029년까지 연장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수성의 숨겨진 비밀을 얼마나 파헤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고든 정 과학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