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망이지만 아름다운 너의 모든 면을 사랑해 ‘인사이드아웃2’ [문장음미]
입력 2024 07 09 08:00
수정 2024 07 09 08:00
그렇다. 회사에서 나는 어둠과 어울릴지도. 잘 웃지 않고 사담을 피하며, 말보다는 대답의 빈도가 월등히 높고 필요한 말만 한다. 자랑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일에만 몰두한다. 아마도 이런 과정에서 어둠은 자연스레 발현되었을 것이다.
누군가 내게 “그렇다고 꼭 어두워야 해?”라고 묻는다면 “나의 경우엔 그렇다”라고 답하겠다. 누군가 내게 “워커홀릭이야?”라고 묻는다면 대답 대신 출근 전후 운동을 즐기고 가끔씩 칼럼을 쓰는 내 일상을 보여주겠다.
인사이드아웃2는 약 9년 만에 개봉한 속편이다. 이것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당연히 우리는 아홉 살을 더 먹었고, 주인공 라일리는 어느새 중학생이 되어 사춘기에 접어들었다. 더 이상 라일리의 감정은 단 몇 가지로 나뉘지 않는다. 감정 간 경계선은 희미해졌고 그것들의 색깔 또한 선명하지 않다. 기쁘다가, 슬프다가, 불안하다가, 좌절하다가, 용기를 얻다가, 그것들이 뒤섞인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살게 됐다.
하지만 중학생이 되고부터 걱정과 불안의 감정이 생겼다. 낯선 친구들이 무서웠고, 또래보다 공부를 못한다는 사실에 슬펐다. 고등학생이 되고선 큰 수술을 몇 차례 했는데, 그때 나 때문에 슬퍼하는 부모님을 가까이에서 봤다. 그러고 나서는 잘 울지 않게 됐다.
어른의 삶 또한 라일리가 겪었던 시기의 연장선이다. 그때 이상의 복잡한 감정들이 난무한다. “이건 분노야, 이건 슬픔이야”라고 정의할 수 없는 것들은 자꾸만 나를 어둡게 만든다. 하지만 나는 그게 싫지 않다. 내게 생겨난 불안과 걱정이 사실 나를 온전히 지키기 위한 방어기제임을 알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인사이드아웃2의 부제를 지을 수 있다면 ‘어른이 되는 과정’이라고 할 것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거울 앞에 있는 것 같았다. 그 시절의 내가 눈에 밟혔고, 라일리가 끝내 어떤 결정을 내리면 나는 속으로 외쳤다. “네 결정이 옳아, 설령 그게 원하는 결과를 가져다주지 않더라도 말이야.” 그 시절의 나는 그 말이 듣고 싶었다.
영화 말미에 나온 한 문장의 대사는 나를 한동안 뭉클하게 했는데, 그것을 끝으로 남기며 칼럼을 마치려고 한다. 라일리와 같은 시기를 보낸 적 있는 모든 이들을 응원한다.
“엉망이지만 아름다운 너의 모든 면을 사랑해”
우동희 칼럼니스트 wsiwdh@hobanhn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