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커피 입자보다 휠씬 약하다…바위처럼 생긴 소행성의 반전 [우주를 보다]



6600만 년 전 지구에 지름 10㎞에 달하는 거대한 소행성이 충돌해 새를 제외한 공룡과 다른 중생대 생물을 멸종시켰다. 이 모습을 묘사한 과학 일러스트나 다큐멘터리를 보면 크고 단단한 암석 덩어리가 지구를 강타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우리의 인식 속에 소행성은 거대한 암석 덩어리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사실 많은 소행성이 잡석 더미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중력에 의해 느슨하게 모인 작은 암석과 먼지의 모임이기 때문에 의외로 쉽게 부서질 수 있다. 실제로 소행성 류구를 탐사한 하야부사2 우주선 데이터를 보면 류구 역시 커피 알갱이 수준의 약한 표면을 지니고 있어 단단한 암석과는 거리가 멀다.

이렇게 잡석과 먼지 덩어리에 불과한 소행성이 다수인 만큼 오히려 과학자들은 소행성이 빠르게 자전해도 쉽게 파괴되지 않는 이유를 궁금해 왔다. 콜로라도 볼더 대학교 선임 연구원 폴 산체스와 동료들은 소행성이 낮은 밀도와 빠른 자전에도 분해되지 않고 유지되는 이유를 파헤쳤다.

사실 일부 작은 소행성들은 자체 중력만으로는 분해를 피할 수 없다. 연구팀에 따르면 지름 150m의 먼지와 잡석 더미에 불과한 소행성이 2.4시간 미만의 빠른 자전 속도를 지닐 경우 분해되지 않기 위해서는 중력 이외에 다른 힘이 필요하다.

연구팀은 소행성의 입자 간 응집력이 크기에 무관하게 유지된다는데 주목했다. 소행성의 질량과 무관하게 반데르발스 힘 같은 미세한 응집력은 변하지 않기 때문에 소행성을 결합하는 힘으로 작용할 수 있다.

사실 연구팀은 2010년에도 이런 가설을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에는 이 가설을 뒷받침할 증거를 제시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2023년 미 항공우주국(NASA)의 ‘오시리스-렉스’(OSIRIS-REx) 탐사선이 소행성 베누에서 샘플을 가져오면서 가설을 검증할 기회가 생겼다. 연구팀은 이렇게 구한 실제 소행성 샘플을 통해 응집력을 직접 측정해 시뮬레이션에 실제 값을 대입했다.

연구팀은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10가지 다른 종횡비를 지닌 구와 각진 입체의 소행성 입자를 시뮬레이션했다. 이를 위해 각각 직경 1미터인 두 개의 바위 사이에 점착성 입자 매트릭스(콘크리트의 시멘트처럼 더 큰 조각들을 결합하는 미세 물질)를 채워 넣어 다리 모양을 만든 후 다리가 부서질 때까지 잡아당기는 방식으로 인장 강도와 응집력을 계산했다.

연구 결과 소행성의 인장 강도는 두 가지 요소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는 입자의 크기이고, 다른 하나는 형태다. 입자가 작아지면 같은 공간에 더 많은 입자가 들어가게 되어 결합을 유지하는 접촉점이 많아지고 응집력이 강해진다. 그리고 모양도 중요한데, 두 개의 구체는 한 점에서 만나는 반면 두 개의 각진 입자는 모서리나 전체 면을 따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시뮬레이션 결과를 소행성 베누에 적용해 표면 입자의 응집력을 계산했다. 그 결과 표면 강도는 1파스칼(Pa) 미만으로 나타났다. 참고로 갓 갈아낸 커피로 작은 원통을 만들면 강도가 약 50Pa 정도인데, 손가락 하나로도 구멍을 뚫을 수 있을 만큼 약하다. 소행성 베누 표면은 그보다 50배나 약한데, 그 이유는 암석 사이 미세한 먼지 입자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무른 소행성이라고 해서 지구에 충돌하면 위험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지구 표면에 떨어지면 엄청난 운동에너지와 질량이 엄청난 피해를 줄 수 있는 점은 똑같다. 다만 이런 소행성을 나사의 DART 임무처럼 작은 충돌체를 이용해서 궤도를 바꿀 때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의도한 방향과 속도로 궤도를 바꾸기 위해서는 충돌 시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알아야 하고, 그러면 밀도와 입자 응집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연구 결과는 앞으로 소행성의 위협으로부터 지구를 지키는 데 중요한 기초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고든 정 과학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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