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극지에 살았던 공룡이 알을 따뜻하게 보호한 방법 [다이노+]

thumbnail - 티타노사우루스 복원도. Andrew McAfee, Carnegie Museum of Natural History
티타노사우루스 복원도. Andrew McAfee, Carnegie Museum of Natural History


티타노사우루스는 백악기 후기 대형 용각류 초식공룡으로 고위도 지역에서도 그 화석이 발견된다. 최근에는 1985년 영국 남극조사국(BAS) 탐사팀이 제임스로스섬에서 수집한 화석이 뒤늦게 티타노사우루스 화석으로 확인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남극 대륙은 지금보다 위도가 낮았고 기후도 따뜻했지만, 이는 티타노사우루스가 상대적으로 추운 기후에서도 살 수 있었고 아마도 몸이 따뜻한 온혈동물일 가능성을 제시하는 증거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한 가지 곤란한 문제는 알이다. 공룡은 알을 낳아서 번식하는데, 티타노사우루스의 경우 덩치가 너무 크다 보니 새나 일부 수각류 공룡처럼 알을 직접 품을 수가 없다. 그렇다고 햇빛에 의해 자연적으로 부화하기에는 온도가 너무 낮은 환경이다. 최근 과학자들은 공룡이 이 문제에 대한 중요한 증거를 찾아냈다.

일본 쓰쿠바 대학의 다나카 고헤이 교수 연구팀은 2020년과 2024년에 아르헨티나 최남단 파타고니아의 초리요 지층에서 250개의 알 껍질 화석을 발견했다. 껍질만으로 정확한 종을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연구팀은 현미경 분석을 통해 이것이 티타노사우루스류 공룡의 알 껍질 화석인 ‘푸시올리투스’(Fusioolithus)라는 점을 확인했다. 화석의 연대는 백악기 말기였다.

백악기 말에도 파타고니아는 남극에 가까운 고위도 지역으로 대략 남위 55도에서 60도에 있었다. 참고로 비교를 위해 설명하면 스톡홀름이나 헬싱키가 대략 북위 60도 부근에 위치한다. 이번에 발굴된 알 껍질 화석은 티타노사우루스류 알 화석 가운데 가장 고위도 지역에서 발견된 것이다.

지구는 당시 지금보다 따뜻해서 이 지역의 연평균 기온은 약 12도에서 14.5도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햇빛만으로 알이 부화하기에는 낮은 온도였다. 알이 어떻게 부화됐는지 알기 위해 연구팀은 현미경과 마이크로 컴퓨터단층촬영(CT)을 이용해 파편의 모양, 두께, 기공(숨구멍)을 분석했다.

thumbnail - (알 껍질 화석의 현미경 및 마이크로 CT 이미지. Royal Society Open Science (2026)
(알 껍질 화석의 현미경 및 마이크로 CT 이미지. Royal Society Open Science (2026)


연구 결과 알 껍질에는 촘촘한 기공이 존재했는데, 이는 알을 직접 품지 않고 둥지에 묻어두는 알의 패턴과 유사했다. 연구팀은 티타노사우루스 어미가 알을 땅에 묻어 두지는 않았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보다는 발달 중인 알에 열을 제공할 수 있는 식물 더미를 올려두었을 것으로 판단했다. 썩어가는 식물에서 발생하는 열을 이용하는 방법이 수십 톤에 달하는 어미가 알을 품는 것보다 합리적인 해결책이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는 티타노사우루스가 당시 고위도 지역까지 살수 있었던 비결과 함께 공룡이 환경에 잘 적응해서 살아가는 뛰어난 생물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공룡이 기후 변화나 환경 변화에 잘 적응하지 못해 멸종한 둔한 동물이라는 과거의 편견을 또다시 뒤집는 연구 결과가 아닐 수 없다.

고든 정 과학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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