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해서 임산부에 좋다? 심해 열수분출공 찾는 임신한 크릴새우 [지구를 보다]
입력 2026 09 28 14:29
수정 2026 09 28 14:29
퀘스트 칼데라의 열수분출공 주변에 알을 밴 암컷 크릴새우들이 빽빽하게 모여 있는 모습. Communications Biology (2026)
세상에서 가장 큰 동물인 대왕고래는 사실 작은 갑각류인 크릴을 주식으로 몸집을 유지한다. 크릴은 사실 난바다곤쟁이목에 속하는 갑각류로 십각목인 새우와는 다르지만, 새우와 비슷한 외형으로 인해 흔히 크릴새우로 불린다. 남극해 크릴의 생물량은 3~5억t 수준으로, 대왕고래는 물론 다양한 해양 생물을 지탱하는 먹이 피라미드의 기반을 형성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이산화탄소 순환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중요도에도 불구하고 크릴에 대해서는 아직 모르는 부분이 많다. 예를 들어 크릴이 어떻게 새끼를 낳고 키우는지에 대한 정보는 매우 부족했다. 미국 오리건 대학의 킴 버나드와 동료들은 연구선 팔코르호에 탑재된 무인잠수정(ROV)을 이용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암컷 크릴의 행동을 밝혀냈다.
연구팀이 무인잠수정으로 조사한 장소는 바다 밑에서 뜨거운 열수와 화학물질이 분출하는 장소인 열수분출공이었다. 남극 바다의 활발한 열수분출공 지대인 훅 리지와 퀘스트 칼데라에서 연구팀은 수많은 임신한 암컷 크릴을 발견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훅 리지에서 채집한 크릴 4마리 모두 임신한 암컷이었다. 그리고 이곳에서 9시간 동안 촬영한 영상을 분석한 결과 수컷은 한 마리도 없고 대부분 알을 품은 암컷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를 알기 위해 잡은 크릴의 내장을 분석한 결과 연구팀은 임신한 크릴들이 열수분출공 주변에 서식하는 미생물과 화학물질을 섭취했다는 점을 알아냈다. 열수분출공에 서식하는 미생물이 주변에서 살아가는 생물들에게 중요한 먹이가 된다는 점은 이전부터 알려져 있었지만, 알을 품은 크릴이 이를 활용한다는 사실은 처음 밝혀지는 것이다.
작은 크릴이 깊은 바다에 있는 심해 열수분출공까지 오기 위해서는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이곳까지 온 이유는 배아 성장에 필요한 영양분이 풍부하고 따뜻한 수온 자체가 배아 성장을 촉진하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특히 열수분출공에 흔한 ‘캄필로박테리아’(화학합성을 하는 미생물 무리)는 포스파티딜에탄올아민(PE)과 포스파티딜글리세롤(PG)처럼 임신한 크릴에 도움이 되는 물질이 풍부하다.
이번 연구는 심해에서 독립된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던 열수분출공이 지구 생태계와 독립된 오아시스가 아니라 생태계 전반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일원이라는 놀라운 사실을 보여 줬다. 이는 현재 극심한 기후 변화를 겪고 있는 남극 생태계를 보존하기 위해 중요한 정보로 생각된다. 이 연구는 커뮤니케이션스 바이올로지(Communications Biology) 최신호에 발표됐다.
고든 정 과학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