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A 공정’ 서두르는 인텔…문제는 캐파? [고든 정의 TECH+]



본래 반도체 업계 1위로 한때 넘볼 상대가 없던 것 같던 인텔은 10㎚ 이하 미세 공정 진입에서 TSMC나 삼성에 뒤지면서 과거의 영광을 잃고 어려운 상황에 빠졌습니다. 뒤늦게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하면서 경쟁자를 추격하긴 했지만, 라이벌인 AMD에 시장 점유율을 내주고 야심 차게 도전한 파운드리 시장에서는 TSMC의 독주 앞에 고배를 마시면서 회사가 큰 위기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과업을 수행하는 ‘에이전틱 AI’로 인해 CPU 수요가 늘고 18A(1.8㎚) 같은 최신 미세 공정 양산에 성공하면서 다시 재기의 기회를 노리고 있습니다. 인텔은 이미 18A 공정을 개선한 18A-P 공정의 ‘초기 위험 생산’에 들어간 상태로, 차세대 제온 7 프로세서인 ‘다이아몬드 래피즈’에 적용될 예정입니다. 18A-P 공정은 트랜지스터 밀도는 동일하나 18A와 비교해서 동일한 전력 소비에서 성능이 9% 높거나 동일한 성능에서 전력 소비가 18% 감소합니다.

인텔의 진격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18A-P 다음 차세대 미세 공정인 14A(1.4㎚) 노드는 이미 지난 6월에 결함 밀도(D0) 0.5를 달성했습니다. D0 또는 결함 밀도는 실리콘 웨이퍼의 단위 면적당 검출되는 미세한 결함의 평균 개수를 나타냅니다. 특정 칩 제조 공정이 상용화에 가까워질수록 결함 밀도는 일반적으로 줄어들고 반대로 수율이 증가합니다. 인텔은 내년 1분기까지 D0를 0.1~0.2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인텔 14A는 차세대 극자외선 노광 설비(EUV)인 ‘고개구율 EUV’(High-NA EUV) 리소그래피 장치를 적용한 첫 미세 공정으로, 인텔의 게이트 올 어라운드(GAA) 기술인 리본펫 2(RibbonFET 2)를 적용해 성능을 높이고 18A-P 공정에서 도입한 전력 제어 기술인 파워 부스트(Power Boost) 기술 역시 고도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를 통해 18A-P에서 이루지 못한 트랜지스터 밀도 증가는 물론 공정 미세화에 따른 성능 향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인텔에 따르면 14A 공정의 개선 속도는 2012년 22㎚ 시대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일정보다 더 빠르게 개발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최근 일부 언론에서 14A 공정 위험 생산을 2027년 1분기로 앞당긴다는 보도가 나왔을 정도로 인텔 내부 분위기는 자신감이 넘치고 있습니다. 다만 인텔은 Wccftech 등 매체에 공식적으로 “내부 제품 대상 초기 위험 생산은 2027년 하반기, 대량 양산은 2028년”이라는 기존 발표를 재확인했습니다. 물론 이것도 과거 미세 공정 개발보다 빠른 속도입니다.

다만 발목을 잡는 것은 부족한 생산 캐파입니다. 현재 18A, 18A-P 모두 대부분의 물량을 애리조나의 Fab 52가 담당하는 상황으로 알려져 있는데, 옆에 건설하고 있는 Fab 62가 완공되더라도 초기 생산량은 적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일부 증권 애널리스트는 2027년 초기 생산량은 웨이퍼 기준 월 6000장 정도이고 2028년에도 2만 4000장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따라서 당분간 일부 제품들은 지금처럼 외부 파운드리의 웨이퍼를 빌려 쓸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됩니다.

비교를 위해 살펴보면 TSMC는 올해 4분기까지 2㎚ 웨이퍼 월 생산 능력을 당초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은 10만 수준까지 늘릴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14A 공정 역시 서두르고 있는데, 현재 TSMC는 타이중 과학 단지 2기 확장 부지에 총 4개 공장(P1~P4)을 1.4㎚ 전용으로 건설하고 있습니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미 P1은 내년 4월 시범 생산에 들어가 2027년 하반기 양산 가능한 상태까지 서두르는 상황입니다. 인텔과는 양산 능력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 수준입니다.

현재 TSMC는 AI 붐 덕분에 상당한 수익을 내고 있어서 충분한 투자 여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한동안 어려움을 겪다가 최근에 실적을 개선한 인텔이 따라잡기 버거운 상대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그럼에도 과거처럼 일정을 미루거나 취소하는 대신 적어도 로드맵을 따라 착실하게 개발을 진행하는 모습은 인텔이 수렁에서 빠져나왔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미세 공정 개발 능력을 확보했다면 다음 문제는 결국 생산 능력입니다. 과거 계획했다가 취소된 팹들을 다시 추진하고 14A 다음 차세대 미세 공정 개발을 위해서는 앞으로 막대한 투자가 필요합니다. 인텔에게는 현재의 에이전틱 AI 붐이 한때 유행이 아니라 최소 몇 년 이상 지속되어야만 하는 상황인 셈입니다.

고든 정 과학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Popular News
Latest Shorts
기자 PICK 글로벌 뉴스
TWIG 연예·이슈·라이프
서울 En 방송·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