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에서 빛이 나는 ‘심해 바다거미’의 비밀 [지구를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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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센데이스 타스마니카의 생물발광. Deep Sea Research Part I: Oceanographic Research Papers (2026)


지구 바다 밑 수천m 아래에는 얕은 바다에선 볼 수 없는 독특한 심해 생명체들이 살고 있다. 이 가운데 많은 생물이 스스로 빛을 내는 생물 발광 기능을 지니고 있는데, 캄캄한 어둠 속에서 빛을 내는 모습은 마치 외계 생명체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벨기에 루벤 가톨릭대학교의 제롬 말레페 박사 연구팀은 2017년 호주 동부 해역 심해 탐사 중 수심 1000~5000m 사이에서 빛을 내는 두 종의 거대 바다거미를 발견했다. ‘콜로센데이스 타스마니카’(Colossendeis tasmanica)와 ‘콜로센데이스 미노르’(Colossendeis minor)가 그들로, 타스마니카는 몸통은 손가락 크기이지만 다리는 25㎝까지 뻗는 다리가 긴 바다거미다.

참고로 바다거미는 외형이나 이름과 달리 사실 거미와 연관이 없는 독립적인 해양 절지동물로 바다거미목에 속한다. 일부 바다거미에서 빛이 난다는 보고는 이전에도 있었으나 실제로 바다거미가 빛을 낸 것인지 아니면 다른 생물에 의한 것인지 확실치 않았다.

연구팀은 콜로센데이스 타스마니카 7마리와 콜로센데이스 미노르 2마리를 수집한 후 먼저 배에서 분석을 수행했다. 연구팀은 이 바다거미들이 스스로 빛을 낼 수 있는지 검증하기 위해 어두운 방에 넣고, 물리적 자극과 화학적 자극을 줬다. 그러자 바다거미의 다리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다. 연구팀은 이 빛을 사진으로 찍고, 강도와 색 스펙트럼을 측정했다.

분석 결과 콜로센데이스 타스마니카는 다리에서만 짙은 파란색 빛(449㎚)을 방출했는데, 이 빛은 다리 끝에서 가장 밝게 빛나고 몸통으로 갈수록 약해졌다. 화학적 자극으로 유발된 발광은 5분에서 10분 동안 지속되었지만, 물리적 자극으로 유발된 발광은 더 약했고 몇 초에서 2분 정도만 지속됐다.

다만 배에 있는 설비만으로는 빛을 만들어내는 정확한 화학 반응과 이를 담당하는 세포를 확인하기 어려웠다. 자세한 분석을 위해 연구팀은 해양 탐사를 마친 후 연구실로 돌아가 냉동된 다리 추출물에 대한 생화학적 검사를 시행하고 현미경으로 얇은 조직 절편을 관찰했다.

정밀 조사 결과 빛은 다리 안쪽까지 뻗어 있는 소화관 관련 세포에서 나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빛은 생물 발광에서 흔한 루시페린-루시퍼레이스 방식보다는 해파리 등에서 볼 수 있는 광단백질 방식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다. 연구팀은 이 빛이 먹이에서 얻은 물질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연구는 바다거미의 독특한 다리 발광 현상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하지만 대체 왜 빛을 내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짝짓기나 먹이 유인 등이 가능한 가설이지만, 아직 확실치 않다. 그리고 바다거미에서 생물발광이 얼마나 흔한 지 역시 밝혀지지 않았다. 앞으로 남은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서 과학자들은 미지의 심해를 계속 탐사할 것이다.

고든 정 과학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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