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생대 수장룡은 어떻게 먹고 살았을까? 토사물 화석이 밝힌 진실 [다이노+]
입력 2026 10 07 15:54
수정 2026 10 07 15:54
토사물을 뱉는 수장룡. Lente Artemieff
중생대 바다에는 수장룡(플레시오사우루스), 어룡, 모사사우루스 같은 대형 해양 파충류가 번성했다. 이 가운데 수장룡은 약 2억년 전부터 6600만년 전까지 거의 1억 4000만년 동안 바다를 누비며 매우 다양한 형태로 진화했다. 과학자들은 수장룡이 형태만 다양한 게 아니라 먹고 사는 방식과 생태적 지위도 서로 달랐을 것으로 추정해 왔지만, 이를 뒷받침할 직접적인 증거는 많지 않았다.
고생물학자 더크 크나우스트 박사는 수장룡의 ‘토사물 화석’을 조사해 이들이 어떻게 먹이를 섭취했는지 연구했다. 토사물 화석은 고대 생물이 소화하지 못한 부분을 토해낸 물질이 화석으로 남은 것으로, 배설물 화석인 ‘분변 화석’과 함께 고대 생물의 식성을 알려주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연구팀은 노르웨이 해안에서 약 50㎞ 떨어진 트롤 가스·유전 지대 주변의 1억 6000만년 전 쥐라기 하구 퇴적층에서 20개 이상의 토사물 화석 덩어리를 발견했다. 분석 결과 이 화석의 주인공은 몸길이 4~8m 정도인 크립토클리드과 수장룡일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그룹은 중기 쥐라기부터 전기 백악기까지(약 1억 7400만년 전~1억 500만년 전) 살았다.
토사물 화석은 점액에 싸여 있어 비교적 잘 뭉쳐 있고, 먹이가 덜 소화되어 비교적 온전한 형태를 지니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 발견된 화석들도 호두에서 망고 정도 크기였으며, 그 안에는 조개 같은 이매패류의 껍질, 바다 벌레인 세르풀리드의 껍데기, 해양 무척추동물인 크리노이드, 중생대 두족류인 벨렘나이트 등의 파편이 들어 있었다. 이를 통해 크립토클리드과 수장룡이 주로 바다 밑바닥에서 단단한 껍질을 지닌 먹이를 사냥했음을 알 수 있다.
이번에 발견된 토사물 화석의 일부. Dirk Knaust
이들은 이런 먹이를 삼킨 뒤 소화되지 않은 단단한 부분은 주기적으로 토해냈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오늘날 조개를 먹는 일부 생물에서도 볼 수 있는 행동이다. 특히 화석에서 나온 이매패류는 염분이 일정한 깊은 바다에서 사는 종류였다. 화석이 발견된 강 하구처럼 염분이 자주 변하는 환경에서는 살 수 없는 생물들이다. 따라서 수장룡은 먼바다에서 먹이를 먹은 뒤 해안가 쪽으로 이동해 소화되지 않은 부분을 토해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연구는 수장룡 가운데 일부가 바다 밑바닥의 단단한 껍질 먹이를 전문적으로 먹었음을 보여준다. 높은 나뭇가지의 잎을 먹는 기린과 풀을 뜯는 얼룩말이 같은 초원에서 서로 다른 먹이를 나눠 먹듯이, 중생대 바다에서도 대형 해양 파충류들이 생태적 지위를 나눠 다양한 방식으로 공존하면서 살아갔을 가능성이 있다. 토사물은 일상에서는 별로 달갑지 않은 존재지만, 과학자들에게는 다른 방법으로는 얻기 어려운 소중한 정보를 전해주는 뜻밖의 선물이 될 수 있다.
고든 정 과학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